25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을 종합하면 대만에서는 11월28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히 대도시에서 여성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여성 후보 쑤차오후이(50)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으로 신베이시 시장 후보에 출마했다. 신베이시는 수도 타이베이를 둘러싸고 있는 인구 400만 명 이상의 광역 도시권으로 야당인 국민당의 텃밭이다.
쑤 후보는 2016년부터 신베이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해 온 3선 의원이다. 그는 국민당 소속 남성 정치인 베테랑 리 슈촨(68) 후보와 맞붙는다.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는 대만 입법원 의석 113석 가운데 47석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 여성 의원 비율이 42%로 달한다.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북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의원연맹(IPU)의 8월 자료를 보면 북유럽 국가들의 하원 또는 단원제 의회의 여성의원 비율 평균은 45.2%에 이른다.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선진국들이 1970~80년대부터 노동당·사회민주당 등 주요 좌파 정당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40% 남녀 동수 공천제'를 도입해 의회 내 여성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대만은 법률로 최소 여성 의석을 지정하는 강력한 '의석 보장제'를 통해 이를 달성했다.
공천이나 의석 배분 시 일정 비율의 여성 참여를 보장하는 여성할당제를 구현하는 가장 적극적 수단으로 '여성 의석 보장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대만 국립대학교 황창링 교수가 2012년 정치학 학술지에 올린 논문에 따르면, 대만은 1946년 헌법 제정 시점부터 여성 보장 의석을 명시했다. 이후 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2002년 지방의회 선거부터는 의원 4명을 선출하는 선거구당 최소 1명(25%)의 여성의원을 선출할 것을 보장했다. 한국처럼 공천 단계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당선자가 없으면 최다 득표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 대신 보충 당선되는 '결과 보장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여성 정치인의 체급과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제도의 도움을 받아 의석을 채워야 했던 선거구 수는 2002년 31개에서 2022년 4개로 줄어들었다. 여성들이 자력으로 당선권에 들어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만은 오는 2030년부터 이 보장 비율을 3분의 1(33%)로 한층 더 상향할 예정이다.
황창링 교수는 2017년8월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만 여성 정치참여의 경험과 시사점' 국제포럼에서 "오랜 할당제가 여성의 정치 진출을 특별한 일이 아닌 평범한 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00년 정당법 개정을 통해 여성 후보 할당제를 처음 도입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고 홀수 번호에 배치해야한다. 하지만 지역구는 30% 이상 공천은 권고 사항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거 출마 기회를 나누는 방식일 뿐 대만처럼 여성 의석수 자체를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할당제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4년 5월10일 보고서를 보면 여성 의원 비율은 제17대 총선(2004년) 13%에서 제22대 총선(2024년) 20%로 늘었다. 특히 제22대 국회에서는 여성 당선자의 60%가 지역구에서 나왔으며, 여성 의원 선출이 비례대표에서 자력 당선 중심으로 체질이 개선되었다.
다만 지역별 불균형은 과제로 남아있다. 제22대 총선에서도 강원·제주 등 일부 지역구에서는 여성 당선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026년 기준 한국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1%로 세계 120위에 머물러 있다.
다행히 한국의 주요 정당들은 당내 후보를 선출하는 공천 경선 단계에서 여성 후보의 득표수나 여론조사 결과에 10~20% 수준의 가산점을 더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이 전략공천 등의 이름으로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진행할 경우 가산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등의 한계가 있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선단계에서 '여성 가산점제' 실효성 강화, 지역구 여성 30% 공천 의무화 혹은 실질적 확대 등 강제성 있는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