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공동대표가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내며 본격적인 경영 능력 검증의 출발선에 섰다. 올해 항암 신약부터 바이오시밀러까지 5건의 신규 생산 계약을 확보하며 사업 기반을 넓혔지만, 이를 실제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년 전보다 73% 감소한 239억 원에 그쳤고 순손실은 1279억 원으로 확대됐다.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기존 생산계약 종료와 설비 고도화 등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새로 확보한 고객사들이 아직 본격적 실적 개선을 이끄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조 원 넘는 투자가 이뤄진 송도 1공장이 2027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신규 수주를 안정적 생산 물량으로 연결하는 일이 신 대표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신 대표로서는 고객사 확보라는 첫 성과를 넘어,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글로벌 고객사 확보 성과를 안정적 수익으로 연결하고 대규모 투자 회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꼽힌다. ⓒ연합뉴스
22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최근 사업 행보와 실적 지표를 종합하면 당초 제기됐던 수주 공백과 대규모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글로벌 고객사 확보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공개한 생산 계약을 5건으로 늘렸다. 일본 라쿠텐메디컬과 미국 항암 분야 바이오기업, 일본 소재 글로벌 제약사, 영국 오티모파마에 이어 10월에는 아이슬란드 바이오시밀러 기업 알보텍과 생산 계약을 맺었다.
특히 알보텍과의 계약은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서 복수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내용이다. 항암 신약에 이어 바이오시밀러까지 고객사와 프로젝트 분야를 넓히며 신규 수주 기반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 대표도 글로벌 영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에서 알보텍과의 계약을 성사시킨 데 이어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 재팬에도 참석했다. 2024년부터 3년 연속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잠재 고객사와 약 30건의 미팅을 진행했다. 글로벌 행사에서 고객사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실제 계약까지 성사시키며 영업 활동을 수주로 연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과는 개별 사업의 실적을 넘어 그룹 차원의 투자 성과와도 맞물려 있다. 송도 1공장의 총 투자액은 1조3615억 원에 달한다. 2026년 상반기까지 1조1329억 원을 투입했으며 남은 투자 예정액은 2286억 원이다. 롯데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도 이어졌다.
롯데지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 장부금액은 2025년 말 6369억 원에서 2026년 상반기 말 7281억 원으로 늘었다. 롯데지주는 상반기 중 약 912억 원을 추가 출자했고, 8월 유상증자에도 약 1550억 원을 납입했다. 시설자금 대출과 관련해서는 9천억 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도 맺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 실적과 차입금 부담을 고려할 때 투자 효율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 대표가 그룹의 차세대 경영자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바이오 사업에 투입된 자금이 지속 가능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하는 일은 그룹 차원의 과제이자 신 대표의 경영 성적을 가늠할 기준이다.
롯데지주는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송도 1공장의 완전 가동 등을 전제로 2030년 롯데바이오로직스 매출 1조 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목표 달성 여부는 고객사 확보뿐 아니라 계약 물량의 생산 전환, 공장 가동률, 손실 축소에 달려 있다. 매출이 늘더라도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면 투자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신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확보한 수주를 안정적 매출과 수익 기반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진전을 보였지만, 실적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23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고, 순손실은 365억 원에서 1280억 원으로 확대됐다. 기존 시러큐스 공장의 가동률 하락과 설비 고도화, 신규 공장의 상업생산 준비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만큼 상반기 실적만으로 올해 수주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규 고객 확보가 기존 매출 감소와 손실 확대를 상쇄할 만큼의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상태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기술이전과 공정 검증, 제조 적격성 평가, 품질·규제 요건 충족 등을 거쳐야 상업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실제 알보텍과의 계약도 상업용 공급에 앞서 기술이전과 제조 적격성 평가, 관련 규제기관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제품명과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아 생산 물량과 매출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가늠하기도 어렵다. 롯데지주 분기보고서에 기재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 설명에 따르면 고객사의 제안요청서(RFP) 접수부터 계약 체결까지도 일반적으로 6~12개월이 걸린다. 계약 체결은 장기간 영업 활동의 성과지만, 실제 매출과 수익성은 생산 전환 시점과 물량, 반복 발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생산시설의 가동률 회복도 필요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 가동률은 2024년 81%에서 2025년 74%로 낮아졌다. 2026년 상반기에는 생산능력 45배치 가운데 7배치를 생산해 가동률이 16%를 기록했다. 가동률 하락에는 기존 고객사였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의 생산계약 종료와 설비 고도화 작업이 영향을 미쳤다.
BMS와의 생산계약은 2026년 1월 종료됐으며, 회사는 주요 생산시설과 장비의 정기 셧다운 및 설비 고도화로 2027년 초까지 일부 제조라인의 가동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가동률을 수주 부진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정비가 마무리된 뒤 생산량이 회복되는지와 신규 계약이 실제 생산 물량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함께 살펴봐야 한다.
송도 1공장 가동을 앞둔 만큼 신규 생산능력을 채울 고객사 수요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시러큐스 공장의 생산능력은 4만L이며 송도 1공장은 12만L 규모다. 송도 공장이 가동되면 전체 생산능력은 16만L로 늘어난다. 송도 1공장은 2026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며 상업생산은 2027년 상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송도 공장의 초기 가동률은 투자금 회수 속도와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생산시설은 구축 단계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발생한다. 생산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매출이 늘더라도 수익성 개선이 더뎌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22년 증권신고서에서 고정비 부담과 생산 공백이 수익성 개선을 제약한 사례를 제시했다. 2019년 하반기 3공장 상업 가동이 본격화된 뒤 실적이 개선됐고, 2020년에는 가동률 상승과 함께 영업이익률 25.1%를 기록했다. 사업 규모와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생산능력을 실제 생산량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CDMO 사업의 수익성과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