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국감)가 후반전에 접어들었지만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여론의 흐름을 뒤흔들 만한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인사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핵심 관계자들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잇따라 무산됐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여당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병도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제1차 전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국감 전반전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란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 청와대 인사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을 증언대에 세우지 못하면서 정책 결정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논란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상품 도입 과정에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ETF 사태와 관련해 신청한 일반 증인 39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다면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라며 김용범 전 실장을 직접 증언대에 세워 정책 결정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불필요한 음모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라며 야당의 증인 채택 요구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 주도의 증인 채택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에서도 김용범 전 실장과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세제개편안과 ETF 도입 경위, 한미 관세 협상 과정 등을 확인하려 했지만 민주당은 다른 상임위원회(상임위) 소관 사안이라는 이유 등으로 반대했다.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에서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의 제넨셀 임상시험 청탁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제넨셀 창업자 등 관계자 2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정치 공세라며 반대하면서 채택이 무산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앞줄 왼쪽)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의 노트북에는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하는 손팻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에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보건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증인 채택 불발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내걸었고, 이를 둘러싼 여야 충돌로 회의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야당 간사인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과연 진정한 국감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인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을 일방적으로 정치 공세를 벌이는 장으로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는 증인 채택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15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YTN 매각 외압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이관섭 전 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요구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증인 채택안은 찬성 6표, 반대 1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한상혁 전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따져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국정감사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증인을 골라 세우는 정치재판장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주요 상임위에서 정부·여당을 겨냥한 의혹을 제기하고도 핵심 증인 채택 단계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민주당이 표결에서 반대할 경우 증인 채택을 관철하기 어려워, 여당의 수적 우위가 야당의 견제 기능을 제한하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남은 국감의 관심은 오는 30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감사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치 공세라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후반전에서도 핵심 증인 출석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정부를 향한 의혹 제기가 책임 규명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국감을 허무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