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첨단 메모리를 생산하는 대기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핵심 소재와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이른바 ‘소부장’ 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어야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지킬 수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덜고 기술검증 환경까지 마련해 공급망의 기초를 다지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실제 반도체 생산 환경에서 검증할 무대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조성되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19일 경기 용인시 용인 일반산업단지의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홍보관에서 산업통상부, 한국무역보험공사, 4대 시중은행, 소부장 주요 협력사와 ‘수출공급망 강화보증’ 협약식 및 1호 보증서 전달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은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반도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대규모 합동 금융 프로그램이다. SK하이닉스와 시중은행이 재원을 출연하고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지원하는 구조를 갖추며 모두 2조 원 규모로 추진된다.
SK하이닉스는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을 통해 소부장 기업이 대출한도 확대와 금리우대 혜택을 받고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증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호 팹(Fab) 부지 건설 현장과 트리니티팹 추진 상황도 둘러봤다. 트리니티팹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SK하이닉스가 모두 87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공동으로 투입해 용인 1호 팹 안에 구축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양산연계형 공장이다.
그동안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은 자체 개발한 신기술과 신제품을 실제 반도체 생산 환경에서 시험해 보기 쉽지 않은 탓에 상업화 측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트리니티팹은 중소기업의 기술과 제품이 실제 생산에 문제없이 쓰일 수 있는지 미리 성능을 시험·검증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 자립도를 끌어올리고 첨단 기술과 제품의 국산화 시기를 앞당기는 핵심 거점 역할을 목표로 한다.
곽 사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K-반도체’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수출공급망 강화보증과 트리니티팹을 통한 기술검증 환경을 바탕으로 협력사들과 힘을 모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