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를 언론에 전달하고 공론화를 돕겠다는 플랫폼 운영진이 기업의 부정적 정보를 기사화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업은 쿠팡과 SK다. 해당 플랫폼은 지난해 12월 쿠팡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데 이어 올해 8월 SK 관련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두 사건은 병합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이 언론 제보 플랫폼 운영진을 쿠팡과 SK 상대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언론 제보 플랫폼 운영진이 기업의 부정적 제보를 빌미로 보도 무마 대가를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은 플랫폼 대표 A씨와 편집국장 B씨를 지난해 12월2일 쿠팡 상대 공갈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올해 8월26일 SK 상대 공갈미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두 사건은 병합돼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가 심리하고 있다.
이 플랫폼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보자와 언론사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보를 수집해 언론사에 공급하고 공론화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제보 환경 개선과 제보 기회의 평등한 보장도 핵심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검찰은 A씨 등이 기업 관련 부정적 제보를 확보한 뒤 언론사나 기자에게 전달하기 전 기업 측에 접근해 보도를 막아주는 대가로 구독료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 관련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6월14일 SK 홍보팀에 횡령 사건 등에 관한 제보를 다수 확보했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대기업의 윤리 문제와 관련한 제보도 확보했다며 반론을 요청하고 만남을 제안했다. 그 뒤 SK 측 관계자를 만나 제보가 공론화되지 않도록 해주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기사가 안 나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하며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부정적 기사가 보도될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SK 측이 요구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운영진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3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도 SK 측과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영진 측은 SK가 대기업인 만큼 내부 결재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며 기일 변경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합의만으로 재판을 지연할 수는 없다며 추가 자료 제출 등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 플랫폼은 앞서 2024년에도 제보자로부터 받은 돈을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나 기자에게 취재비·사례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를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기사 작성에 금전적 대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음 공판은 오는 12월 23일 오전 11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