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연탄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필요한 물량 대부분을 수입한다.
그러나 한국의 주요 유연탄 수입국인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공급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정책·법률적 요인으로 유연탄 수출이 감소하거나 향후 광산 개발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유연탄 등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탄을 가득 실은 바지선이 2026년 8월19일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 사마린다의 마하캄 강에 정박해 있다. ⓒAP통신=연합뉴스
15일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을 종합하면 LNG 가격 급등으로 아시아 지역의 유연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15일 화력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거나 난방용 열을 공급하는 데 쓰이는 유연탄 가격이 2026년 1월 1일과 비교해 약 40%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유연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9일 기준 호주산 유연탄의 수출 가격이 아시아 지역 운송비를 고려하더라도 LNG보다 약 80% 저렴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 원자재 분석 업체 케이플러를 인용해 한국·중국·일본 3국의 2026년 3분기 유연탄 수입량 합계가 약 1억2200만 톤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4분기에는 3국의 유연탄 수입량 합계가 2024년과 2025년 각각 약 1억4300만 톤에 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추세가 반복된다면 3국의 4분기 유연탄 수입량은 3분기보다 약 2천만 톤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로이터통신은 유연탄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어,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연말에는 몇 주 사이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한국의 주요 유연탄 수입국은 호주와 인도네시아, 러시아였다. 호주는 전체 유연탄 수입량의 38%를 차지해 최대 수입국에 올랐으며,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는 각각 17%를 차지했다.
문제는 LNG 가격 급등으로 아시아 지역 전반에서 유연탄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10일 엘니뇨로 냉방 수요가 증가하고 수력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인도의 유연탄 수요가 2026년 4.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베트남에서는 유연탄 화력발전이 여전히 주요 전력 공급원이며 폭염과 석탄 재고 보충 수요가 겹치면서 유연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주요 석탄 공급국인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수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가 채굴 계획 승인 기준과 국내 공급 의무를 강화하면서 유연탄 수출이 정체됐다.
호주 시장조사 업체 커머디티인사이츠는 인도네시아의 9월 수출 부진을 고려할 때 2026년 연간 유연탄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약 10% 감소해 4억5천만 톤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인도네시아가 과거에는 수요와 가격이 상승할 때 생산량을 늘려 세계 시장의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 왔지만, 이번 수출 감소로 세계 유연탄 공급 여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호주의 유연탄 수출 전망도 불확실하다. 호주 대법원은 7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마운트플레전트 탄광의 확장 계획을 무효로 하며 향후 호주에서 사업 승인을 받을 때는 화석연료 연소가 환경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본 컨설팅업체 에너지크로스익스큐트의 마사타카 후루카와 사장은 닛케이아시아에 "이번 판결이 호주의 유연탄 광산 개발을 당장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다"며 "호주의 정책적·사법적 결정이 공급 전망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유연탄 수입선 다변화가 시급하지만, 단기간에 수입 구조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부가 2025년 11월 국제 탈석탄동맹에 가입한 점도 석탄 관련 정책을 고려할 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산 등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한국과 일본, 인도 등을 거론하며 석탄 수출을 대폭 늘릴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환경에너지보다 석탄과 석유 등 기존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다만 석탄 등 에너지 공급 계약은 통상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으로 체결된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향후 선거 결과 등에 따라 바뀔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한국이 미국산 유연탄 수입 계약을 성급하게 확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어, 장기 계약을 맺기 전에 정책 변화를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