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의 경제적 충격이 미국인들의 생활비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휘발유와 난방용 연료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서비스 등 다른 부문으로 확산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추가 인상 시점을 놓고 새로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12월 인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가능성이 낮게 평가됐던 이달 말 인상 가능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 건물.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미국 노동통계국이 14일(현지시각)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8월보다 0.6% 상승했다. 이는 최근 5개월 사이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으로, 지난해 9월에 비교하면 3.7% 올랐다.
이번 물가 상승은 상당 부분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차량 연료비와 난방비, 항공료 등이 상승해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도 커졌다.
9월 휘발유 가격은 8월보다 9.1% 급등해 지난해 9월 대비 34.2% 상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체 주 평균 9월 말 기준 갤런당 가격은 4.50달러(약 6천 원)에 달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상승분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난방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연료유 가격 역시 급등했다. 9월 연료유 가격은 전월보다 15.3%, 전년 동월보다 74.2% 상승했다. 항공료도 연료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1.2%, 전년 동월보다 22.4%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상승했다. 9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2.6% 올랐다.
연준 관계자들은 근원 물가와 함께 주거비를 제외한 핵심 서비스 물가를 나타내는 이른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 지표도 주시한다. 이 지표는 두 달 연속 상승해 9월에는 전월보다 0.4% 올랐다. 최근 3개월간의 상승률을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4.6%에 달했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 부문을 넘어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하면서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조정했다. 이는 2023년 7월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첫 사례였다. 당시 함께 발표된 경제전망에 따르면, 전망치를 제출한 연준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은 연말 기준금리가 연 4.00~4.2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연말까지 두 차례 더 회의를 연다. 다음 회의는 미국 중간선거를 며칠 앞둔 10월 말에 열린다.
9월 CPI 발표를 몇 주 앞두고만 해도 연준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연이어 인상할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듯했다. 이에 따라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졌었다.
14일 발표된 물가 지표를 고려하더라도 연준이 10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은 향후 금리 인상이 필요한 이유와 그 시점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물가 보고서 발표 직후 0.1%포인트 상승해 한 때 4.88%를 기록하기도 했다.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정책 당국자들이 예상하는 2027년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존 C.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지만, 그 이후에는 추가적인 금리 조정이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씨티그룹은 14일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씨티그룹은 이번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까지 시장에서 12월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유일한 분석기관이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