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두고, 검찰개혁을 기대해온 전통적 지지층과 정부·여당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김지용 후보자의 검찰 재직 당시 행적을 두고 "비겁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친윤(친윤석열) 검사'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은 "친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친윤·비윤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가 검찰개혁의 상징 격이라 할 수 있는 중수청의 초대 수장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일로 보인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시작을 기다리며 마이크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적격' 의견을 병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적격인 의견도 있고 부적격인 의견도 있으니 동시에 병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김 후보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역시 김 후보자의 적격성에 힘을 실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초대 중수청장으로 일하는 데 흠결이나 결격이 될 만한 정도의 사유는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실 김 후보자 인선의 쟁점은 그가 '친윤이냐 반윤이냐'를 입증하는 것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관련 사건을 다시 수사하도록 지시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좌천된 이력을 들어 항간의 '친윤 검사' 의혹을 반박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 개인과의 검찰 내 관계를 넘어, 그간 김 후보자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검찰권 행사와 수사·기소 분리에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느냐는 것이다.
전날 청문회에서 윤건영 의원은 김 후보자가 정진웅 전 부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 기소에 반대했다고 밝히면서도 실제로는 기소를 결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한 점을 추궁했다.
정 전 부장검사는 2020년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2022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당시 독직폭행 혐의 적용에는 반대했지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윤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김 후보자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에 반대했다면서도 공식 이의제기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위를 추궁했다. 이 사건은 2019년 김학의 전 차관의 해외 출국을 막는 데 관여한 인사들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이광철 전 비서관 등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윤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비겁하고 불의에 눈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당시 부당하다고 판단한 기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했는지가 적격성 검증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둘러싼 김 후보자의 입장도 지지층의 반감을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감찰 지시를 "장관의 법률상 가능한 지휘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서면 답변에서도 임 청장의 공개 비판을 조직 기강을 무너뜨리는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했다.
조국혁신당은 임은정 청장에 대한 감찰이 후보자 인선에 관해 소신 있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찰 지시의 정당성을 강조한 김 후보자의 답변은 검찰개혁을 요구해 온 지지층의 반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고 김 후보자의 임명이 강행되더라도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은 수장 공백을 해소하고 신설 기관을 조속히 안착시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지지층은 초대 중수청장 인선을 향후 개혁의 방향성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 김지용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는 지지층의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드러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2~13일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김 후보자 임명 찬성은 42.1%, 반대는 21.3%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보층에서는 반대가 39.9%로 찬성(30.6%)보다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에서도 판단을 유보한 응답이 36.5%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민주당 지지층에서 6.6%포인트, 진보층에서 4.8%포인트 하락했다.
기사에 인용된 이번 조사는 KSOI가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통신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