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펫보험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아직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보험가입률 등 기초 통계조차 공식 통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이 가입률이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통계가 없어서 반려동물의 품종·나이·사고군별 등에 따른 손해 차이를 보험료와 상품 설계에 반영하기 어렵고 그만큼 합리적인 상품이 나오기 힘들어 소비자는 보험료 부담에 가입을 망설이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수의업계·정부가 협력해 진료 정보를 표준화하고 통계로 쌓을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체 가구 가운데 29.2%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2%대로 추산된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국가승인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29.2%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10가구 가운데 3가구가 '반려 가구'인 셈이다.
펫보험 시장도 빠르게 커졌다.
정수정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6월 발표한 '반려동물보험 시장의 성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보험사 보유계약은 약 25만 건으로 2024년보다 55.3% 늘었고 원수보험료는 1291억 원으로 처음 1천억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낮다.
스웨덴은 개 90%·고양이 50%, 영국은 개 25%·고양이 12.1%, 일본은 21.4%인 반면 한국은 2024년 기준 약 2.1%(개·고양이 합산)로 추산돼 주요국과의 격차가 크다.
문제는 이 가입률이 공식 통계가 아니라 공식 자료를 조합해 계산한 추산치라는 점이다.
정 연구위원은 보험사 보유계약 건수를 개·고양이 수 추산치로 나눠 가입률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보유계약 건수는 손해보험협회, 개·고양이 수 추산치는 농식품부 자료를 썼다.
공식 통계가 없다는 것은 숫자를 정확히 세지 못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장을 읽고 상품을 설계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펫보험 가입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로는 보험료 부담이 가장 먼저 꼽히는데 통계 부족이 적정 보험료 산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은 2022년 CIS보고서에서 "진료항목을 표준화해 통계가 쌓이면 보장한도 확대와 보장 세분화, 적정 보험료 산출이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보험연구원은 2026년 6월 보고서에서 "품종·연령·사고군별로 손해 차이가 뚜렷해 질병 데이터 집적을 통한 담보별 손해율 산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 부족에 관한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본 통계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앞서 나온 지적들이 공통으로 짚는 전제는 진료 정보의 표준화다. 병원마다 질병명과 진료코드가 달라 진료 통계를 모으기도 보험금 청구를 전산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료 정보의 표준화를 위한 제도 정비는 더디다. 농식품부가 2025년 4월 동물 진료 표준 고시를 개정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장 사항이다. 진료비를 표준화하는 표준수가제도 수의업계가 반대하면서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펫보험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진료 정보를 쌓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정부가 함께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