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일본에서 보편화한 '주주 우대 제도'를 도입해 주주환원과 고객 확보를 동시에 노린다. 주주에게 자사 유통 채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한편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 등 기존 사업의 구매 접점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다만 주주 혜택이 실제 구매 증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본에서도 제도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과 폐지 이후 주주 반발 사례가 나타난 만큼 지속 가능한 운영이 관건이다.
롯데쇼핑은 오는 11월부터 주식 보유 규모와 기간에 따라 할인 쿠폰과 포인트, 라운지 이용권 등을 제공하는 주주 전용 멤버십을 도입한다고 13일 밝혔다. ⓒ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오는 11월1일부터 주주 전용 멤버십 '엘.아너스 클럽(L.HONORS CLUB)'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주식 보유 규모와 기간에 따라 혜택을 차등화해 주주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고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1주 이상 보유한 주주는 가입 시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20% 할인 쿠폰을 받는다. 구매 금액이 100·200·300만 원에 도달하면 각각 1%·2%·3%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1천 주 이상을 1년 넘게 보유한 주주에게는 백화점 라운지와 발레파킹·주차 이용권, 할인 및 무료배송 쿠폰 등 추가 혜택 제공. 혜택은 분기 말 주주를 기준으로 3개월 주기로 제공한다.
국내 대기업이 주주 전용 멤버십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주주에게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 할인권 등을 제공하는 '주주 우대 제도'가 개인 투자자 확보와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일본 리쓰메이칸대 연구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의 약 40%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주 우대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 확보뿐 아니라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목적도 있다. 유통기업은 할인 쿠폰과 상품권 등을 자사 매장 이용으로 연결할 수 있어 주주환원과 고객 확보를 결합하기 용이하다.
롯데쇼핑 역시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 등 여러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만큼 주주 혜택을 실제 구매로 연결할 여지가 있다. 주주에게는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회사는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고객 유입과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의 사업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를 기반으로 주식 보유 규모와 기간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제공한다. 기존 멤버십 체계를 활용해 별도의 고객 접점을 구축하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주주를 계열 유통 채널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특히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에 비해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주주 멤버십을 온라인몰 이용으로 연결하면 고객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문은 매출 감소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매출은 2023년 1351억 원에서 2024년 1198억 원, 2025년 1089억 원으로 2년 연속 줄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56억 원에서 685억 원, 294억 원으로 감소해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흑자 전환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2020년 롯데온 출범 이후 누적된 영업손실도 6천억 원에 달했다. 2026년 2분기에도 매출은 262억 원으로 1.5% 줄었고 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주주 멤버십이 실제 구매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주 멤버십의 혜택 비용이 오히려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부동산 기업 레볼루션(REVOLUTION)은 2024년 10월 2천 주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반기마다 6만 엔 상당의 전자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연간 비용이 최대 3억6천만 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2025년 3월 첫 지급 전 제도를 폐지했다.
일본증권경제연구소는 이 사례를 통해 혜택 규모와 대상 주주 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제도 설계가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주 수와 혜택 규모를 고려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롯데쇼핑도 추가 구매와 고객 유지 효과가 혜택 비용을 웃도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주 우대 제도가 투자자 확보에 기여하더라도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본 금융서비스 기업 오릭스는 2015년부터 지역 특산품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카탈로그형 주주 우대 제도를 운영하며 개인 주주 수를 2014년 3월 4만5천여 명에서 2021년 9월 73만7천여 명으로 늘렸다. 7년 반 만에 1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오릭스는 주주 간 형평성 문제와 배당 등을 통한 이익 환원을 이유로 2024년 3월 말 제도를 종료했다. 주주 확보 성과가 나타나더라도 혜택의 형평성과 주주환원 방식의 효율성을 둘러싼 과제는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