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성 친구를 찾는 '데이팅 앱'에서, 학력과 직업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게 그동안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체지방률과 골격근량 등 '신체 정보'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이성 친구를 찾는 것이지만, 이러한 신체 정보에는 상대방의 운동 습관뿐 아니라 '자기 관리 능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8일 한 국내 '피트니스 데이팅 앱'을 살펴보면, 이곳은 프로필 입력 단계부터 기존 데이팅 앱과 차이를 보였다. 키와 몸무게는 당연하고, 골격근량, 체지방률, 체형 등 구체적 신체 지표를 입력하도록 했다. 가입자가 '매력 포인트'를 선택하도록 하는 입력 단계는 보다 구체적이다. 여성 가입자의 경우 건강미, 모델핏, 슬림 글래머뿐 아니라 예쁜 두상, 골반 라인, 하얀 피부, 오프숄더 핏, 허리 라인, 뒤태 미인 등 구체적 신체 특징이 선택지로 제시됐다.
보통 데이팅 앱은 학력이나 직장, 소득 등을 주요 인증·매칭 요소로 활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피트니스 데이팅 앱은 운동 습관과 신체 정보를 전면에 내세운다. 술이나 유흥 지출은 줄이고 피트니스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MZ세대의 생활 습관이 데이팅 앱 시장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몸을 꾸준함 또는 성실함과 자기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받아들이는 이용자가 늘면서 운동 기록과 신체 데이터 역시 상대방을 판단하는 하나의 '스펙'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운동과 연애를 결합한 데이팅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영국의 피트니스 데이팅 앱 'FITFCK'은 신체 지수와 선호 운동, 음식, 운동 사진·영상 등을 프로필에 내건다. 미국의 'FitIn' 역시 자기관리 수준과 피지컬을 명확한 매칭 조건으로 내걸으며 운동수준, 기록, 활동량 지표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 필터링 기능을 제공한다. '어떻게 운동하고 생활하는 사람인가'가 상대방을 파악하는 주요 정보가 되는 셈이다.
◆ "학벌은 과거의 결과, 몸은 현재의 관리"
피트니스 데이팅 앱이 주목하는 것은 신체 자체뿐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과정이다. 학력이나 직업이 과거의 교육 성과와 경력을 보여주는 정보라면 운동 습관과 신체 상태는 현재의 생활 방식과 자기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몸은 한 번 만들어 놓는다고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운동을 중단하거나 식습관이 달라지면 체중과 체지방률, 근육량 등도 변한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체형이나 운동 기록을 현재의 성실함과 생활 습관을 가늠하는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인다.
매칭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운동을 공통 관심사로 내건 플랫폼에서는 상대방의 운동 종목과 빈도 등을 프로필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진 상대를 찾는 데 필요한 '탐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 피트니스 데이팅 앱의 한 이용자는 애플 앱스토어 리뷰에서 "오늘의 운동을 기록하고 캘린더를 채워가며 매칭까지 되는 흐름이 좋다"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서로 응원해주고 자극을 주는 바이브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외모지상주의' 아닐까
신체가 새로운 매칭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운동 습관이나 체력, 근육량 등은 개인의 노력과 어느 정도 연관될 수 있지만 키와 골격, 두상 등은 운동이나 생활 습관으로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하얀 피부', '예쁜 두상', '골반 라인' 등 선천적 신체 특성까지 이른바 매력 지표로 꼽을 경우 자기 관리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결국 외모 평가로 수렴되는 것이다. 이처럼 신체를 오목조목 조각 내어 평가하는 방식은 '세분화된 외모지상주의'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이는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외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과 맞닿아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외모정병' 키워드 언급량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02.15% 급증했다. 외모정병은 '외모 정신병'의 줄임말로, 외모에 과도하게 신경쓰는 현상을 지칭한다.
외모를 세부적으로 비교·평가하는 문화가 확산할 경우 성형이나 수술 등 고위험·고비용의 선택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대중문화에서도 소재로 등장했다.
2025년 개봉한 로맨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Materialists)'는 현대 데이팅 시장에서 키와 외모, 경제력 등 개인의 조건이 일종의 상품 가치처럼 평가되는 현실을 다룬다. 결혼정보회사 상위 0.1% 등급의 한 남성이 여자 주인공에게 "내가 6인치(약 15cm) 사지연장술을 받지 않았다면 너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사지연장술은 원래 외상치료 목적의 외과수술이지만 미용 목적으로도 시행된다. 신체 지표가 개인의 가치를 메기는 '스펙'으로 환산되는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헬스 인플루언서나 타인의 바디프로필을 도용한 가짜 계정을 이용한 로맨스 스캠이나 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자주 방문하는 헬스장이나 운동 시간대 등 구체적 정보가 공개될 경우 개인의 생활 반경과 이동 동선이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체 정보와 일상생활에 밀접한 데이터가 축적되는 서비스 특성상 이용자 본인 인증을 강화하고 민감한 신체 정보의 수집·공개 범위와 활용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