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김건희씨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동일한 혐의에 대한 하급심 판단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유지할 가능성이 늘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2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오세훈 시장은 1심에서 측근을 통한 여론조사 의뢰와 후원자의 비용 대납 등이 인정된 만큼, 윤 전 대통령의 무죄 판결이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8일 법조계 분석을 종합하면, 전날 윤 전 대통령의 무죄 판결은 김씨의 무죄 유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반면 오 시장의 유죄 판단을 뒤집을 근거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7일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여론조사 무상 제공·수수 의혹) 항소심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던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에 관한 사전 협의나 묵시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제공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독립적 재산상 이익'이라기보다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는 김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씨는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혐의에 대해 이미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전 의뢰나 협의 없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7월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의 1심에서 같은 혐의에 대해 잇따라 유죄가 선고되면서 명씨의 여론조사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김씨와 동일한 여론조사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서로 다른 판결을 받으면서 법률 해석의 일관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법원은 7월23일 김씨의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첫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했으나 이날 현재까지 선고기일을 확정하지 않았다. 김씨의 구속기한이 이번달 31일 만료되는 만큼 그 전에 선고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 무죄로 부부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다시 한 방향으로 모이게 됐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사실관계보다 법률 적용의 적절성을 심리하는 법률심이라는 점에서, 같은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윤 전 대통령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은 김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의 갈등으로 대법관 공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씨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재판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제청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관 한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김씨 사건의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현행 재판부 구성에 법적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정치 사건이라는 점에서 향후 판결의 공정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대법관 인선 갈등까지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반면 오 시장의 경우 윤 전 대통령의 무죄 판결이 재판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명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오 시장 측 주장과 배치되는 구체적 정황들이 1심에서 인정됐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1심 판결에 따르면 그는 2021년 1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명씨의 연락처를 먼저 요청했다. 이후 명씨와 접촉한 뒤 여론조사가 잇따라 실시됐으며, 첫 여론조사가 실시된 당일 오 시장이 명씨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오 시장의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여론조사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강 전 부시장은 여론조사의 표본 수를 문제 삼았고, 이후 실제 표본 수가 변경됐다. 1심 재판부는 강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 의뢰자로 언론사를 추가하도록 관여했다가 오 시장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항의했고, 해당 언론사를 의뢰자에서 제외하는 등 공표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수준을 넘어, 후보 측이 조사 방식과 공표 과정에까지 관여한 정황이 인정된 것이다.
여기에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 약 2100만원을 실제 지급한 사실도 더해졌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해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하고 그 비용을 김씨가 대신 지급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 시장에게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명씨의 '자발적' 여론조사 제공이 인정된 것과 차이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여론조사 실시와 무상 제공에 관한 의사 합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오 시장 사건에서는 후보 측의 구체적 관여 정황과 실제 비용 지급 내역이 1심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다만 윤 전 대통령에게 전날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7부가 23일 오 시장의 항소심도 담당한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오른쪽)씨가 2025년 10월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뿐 공식적으로 의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사전 협의와 묵시적 의사 합치를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가 오 시장 사건에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재판부라고 해도 오 시장 사건에서는 윤 전 대통령 사건과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측근의 여론조사 과정 관여와 후원자의 비용 대납 등이 1심에서 구체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벌금이 감경되더라도 1백만 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고 피선거권도 제한돼 대선 출마 역시 불가능해진다.
법조계에서는 1심에서 인정된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에 관한 판단이 유지될 경우 벌금이 1백만 원 미만으로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