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제약이 23개 전문의약품 품목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항소심 법원에서 인용돼 한숨 돌리게 됐다.
품목허가 취소처분의 효력은 항소심 본안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멈춘다. 이에 따라 경보제약은 항소심 판결 때까지 해당 품목들에 대한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경보제약이 최근 생산시설 투자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보제약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 아래 충남 아산에 신규 생산공장(아산 ADC GMP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경보제약의 수익성 악화를 두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번 품목허가 취소처분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았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집행정지 인용은 경보제약이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등 본업의 이익 창출력을 보강하고 신사업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가 있다.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항소심 판결 시점까지 본업의 수익성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ADC CDMO 투자를 차질없이 이행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회사 실적 반등 시점을 앞당겨야 하는 과제가 놓이게 됐다. 아울러 회사의 준법경영과 윤리경영, 내부통제를 강화해 불법 리베이트 잔재를 씻어내야 하는 점도 숙제도 꼽힌다.
경보제약은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이 세 자녀 승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회사다. 이 회사의 실적과 기업가치는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 지배력을 둘러싼 승계 구도와도 맞닿아 있다.
◆ 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 1심 패소 : 집행정지로 한숨 돌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보제약은 식약처를 상대로 낸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 재판부에 낸 품목허가취소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가 최근 인용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의 품목허가취소처분은 항소심 본안 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이 정지된다.
이번 인용은 처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한 것으로, 본안 소송에서 회사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1심 소송은 2025년 6월 식약처가 경보제약의 23개 전문의약품 품목에 대해 품목허가취소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해당 품목의 2024년 연간 매출은 135억 원으로, 같은 해 경보제약 전체 매출 2386억 원의 5.65%에 해당한다.
품목허가취소처분은 그에 앞서 경보제약이 저지른 두 건의 위반사항에서 비롯됐다. 먼저 경보제약은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2024년 3월 10개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업무정지처분 이후 같은 해 4월부터 6월까지 10회에 걸쳐 의약품 도매업체 보관소에 해당 품목을 출하한 사실이 추후 적발됐다.
또 경보제약은 또 다른 10개 품목을 등재특허권 존속기간 만료일 이전에 출고한 일, 3개 품목을 타 제약사의 우선판매품목허가기간 동안 GSP(의약품 유통품질관리기준) 창고에 입고한 일도 각각 적발됐다.
경보제약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2025년 7월 법원이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품목허가취소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해당 품목에 대한 영업은 계속해 왔다.
◆ ADC CDMO 투자로 수익성 악화
경보제약은 원료의약품 위탁생산(CMO) 중심 기업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아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2024년 8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960억 원을 들여 충남 아산에 구축하는 신규 생산공장(아산 ADC GMP 생산공장)이다. 전임상용 연구부터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원료, 완제품 생산 역량까지 갖춘 ADC CDMO 전문시설로,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이같이 늘어난 투자와 R&D 비용으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보제약은 2026년 2분기 매출액 752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액은 15.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1.4%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액은 1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0% 감소했고,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대 초반(1.16%)에 그쳤다.
2025년 실적도 마찬가지다. 2024년에 견줘 매출액은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6.3%, 96.1%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4.38%에서 1.33%로 크게 낮아졌다.
늘어나는 R&D 비용도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3년 6.74%에서 2025년 8.24%로 높아졌고, 2026년 2분기에는 10.78%에 이르렀다.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경보제약 기업가치, 이장한 회장 승계에도 영향
경보제약의 실적과 기업가치는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에게도 중요하다. 경보제약은 이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을 많이 들고 있어, 이 지분을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경보제약 지분을 현물출자해 종근당홀딩스 신주와 교환하거나 매각 또는 담보대출로 종근당홀딩스 주식 매입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장한 회장은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를 들고 있는 반면 세 자녀인 이주원 종근당 개발전략센터장 상무와 이주경 텔라이프 이사, 이주아씨의 지분율은 각각 2.89%, 2.55%, 2.59%에 그친다. 반면 세 자녀는 각각 경보제약 지분 6.21%, 5.62%, 5.26%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과 부인 정재정씨는 갖고 있던 경보제약 주식 전량을 2025년 9월 세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 회장은 종근당 지분도 전량(9.55%)을 세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9월30일부터 10월29일까지 30일간 이주원 상무에게는 3.83%를, 이주경 이사와 이주아씨에게는 각각 2.86%씩 넘겨준다. 사업회사 지분을 이전하면서 지주사 승계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사전작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보제약의 이익 창출이 부진한 경우 승계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기업가치 하락으로 종근당홀딩스 주식 교환비율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지분 매각 또는 담보대출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요컨대 경보제약의 수익성 방어와 ADC CDMO 투자 성과는 회사의 기업가치, 더 나아가 이장한 회장의 종근당그룹 승계 구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