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국정감사(국감)에서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선서나 증언을 할 수 없다"며 증인 선서 및 증언을 거부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국감에서 자신을 향한 의혹과 비판에 대해서는 직접 입을 열어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의 '선택적 침묵(발언)'을 두고 정치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두 번째)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취재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허프포스트
조 대법원장은 '제2의 윤석열'이라는 비판에는 "모욕적이고 슬픈 일"이라고 반박했고, 사법부 신뢰도와 업무추진비 논란, 12·3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의 대응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사실상 침묵했는데, 올해는 '약간' 달라진 것이다.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시작 전부터 취재진이 몰렸다.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정면으로 충돌한 데다, 조 대법원장이 국감 일반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 의사를 밝히면서 직접 증인 선서를 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두고 "청와대로부터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그 공문에는 이미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 출석은 기관장으로서 인사말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반증인으로서 선서하거나 증언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뒤에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오늘 국감에 출석 요구한 일반증인인 조 대법원장은 증인 선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선서나 증언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13일 국감에서도 조 대법원장은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등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올해도 처음에는 같은 태도를 보였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추궁하자 조 대법원장은 "서두에 선서나 증언을 할 수 없음을 말씀드렸다"며 답변을 피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대법관 장기 공석 문제를 거듭 묻자 역시 "인사 말씀에서 말씀드렸다"고만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손 의원의 질의 도중 자신을 직접 겨냥한 비판이 나오자 조 대법원장은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손 의원이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 "법복을 입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다그쳤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곧바로 "그런 말씀은 모욕적이고 또 슬픈 일이다"라고 답했다.
뒤이어 이성윤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는 답변이 더욱 길어졌다. 이 의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이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계엄사 측에서 인원 파견과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면서 자신이 "위헌적 행위니까 절대 명단도 주면 안 된다고 했다"며 "비상계엄에 협조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업무추진비 논란에도 적극적으로 답했다. 이 의원이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로 고가의 식사를 하고 와인을 구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조 대법원장은 "저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와인을 선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업무추진비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카드를 사용하거나 식사비를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 담당자가 일정을 잡고 집행한다고 설명하면서 "제가 예산의 배정이나 집행, 그날 식사가 얼마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집행 내역에 대해서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이번에 행정처에서 시정할 것이라 생각하고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질의가 이어질수록 조 대법원장의 답변 범위도 넓어졌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는 앞서 답변을 피했던 대법관 재제청 문제까지 직접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 대법원장은 "궁금해하시니까 증언과 선서를 거부한 사유를 말하겠다"며 헌법 제104조 등을 근거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보장한 고유 권한이라는 논리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 법사위가 제청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위헌적 조치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에 대해서도 "그동안 대법원장이 협의를 해온 것은 헌법에 근거는 없지만 신속한 임명을 위해 대법원장이 자진해 협력해온 것이다"라며 "대법원장이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