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화합'을 강조하며 전통적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권 신주류로 꼽히는 '뉴 이재명'의 뺄셈정치는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 기조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이 얼마나 회복할지가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에 뉴 이재명의 계속되는 뺄셈정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뉴 이재명 성향의 평론가와 지지층 사이에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화합 움직임을 두고 "전통적 지지층의 흔들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 이재명 지지층은 최근 '구조적 소수설'을 가장 많이 내세우고 있다. 중도층 견인으로 이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하면 김어준·유시민·조국 등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전통적 지지층을 자연스럽게 '정치적 소수'로 밀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할 만큼 했다'는 인식 하에 추가적 요구는 용납할 수 없으니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구승 변호사는 22일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서 "반대로 저들(전통 지지층)이 요구하는 걸 지금까지 다 들어줬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유화책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전통 지지층을 배제하는) 전향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맞은편에 앉은 박상수 국민의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2028년 총선은 갈라지지 않는 쪽이 이길 것 같다"며 "정 변호사처럼 선명하게 싸우자고 해준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의동 모델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한 야권 관계자도 "중도층을 더 많이 끌어오면 된다고 하는데 부동산이나 실물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성공시켜 지지율을 예전처럼 올리겠다는 건가"라며 "민주당과 진보진영 지지층을 온전히 묶어두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어떤 파괴적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적 지지층에서는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만으로 그동안 제기해온 검찰개혁 등의 요구가 수용됐다거나 자신들을 '반명'(반이재명)으로 몰아 공격했던 일들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시민 작가가 전날인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에 출연해 "기자회견에서 단합해야 되고 이런 말로 정리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며 "포괄적으로 볼 때 말 한마디로 빚어진 문제가 아니라 이 대통령도 포함된 많은 사람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고 그 핵심은 이 대통령이다"고 말했다. 이는 전통적 지지층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작가가 22일 오후 미디어오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견해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유튜브 갈무리
유 작가의 표현을 둘러싼 논쟁도 펼쳐지고 있다. 유 작가가 뉴 이재명을 신발 속 '돌멩이'에 빗대 비판했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다른 진보 진영 인사들을 공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 이재명은 유 작가야말로 단순한 돌이 아닌 '짱돌'이라며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며 다시 한번 역공을 펼쳤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신겨준 대통령의 신발에는 돌이 들어온 적이 없다"며 "총구를 내부를 향해 겨누는 건 이적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유 작가가 '레거시 미디어'에 부정적 의미를 담아서 썼던 '재래식 언론'이라는 표현을 활용해 전통적 지지층을 '재래식 지지층'이라 표현하는 일까지 등장했다.
과거의 정치적 문법과 진영 논리에 익숙한 지지층이 이 대통령의 새로운 국정운영 방향을 이해하지 못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전통적 지지층이 뉴 이재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멸칭'인데, 유 작가의 '재래식'이라는 표현을 활용해 전통적 지지층을 '재래식 지지층'이라 한다면 멸칭이 아니지 않냐는 심산도 담긴 듯하다.
하지만 뉴 이재명 평론가들 사이에선 '뺄셈 정치' 지적에 대해 직접적 대응 논리가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결국 모든 정치는 '덧셈 정치'가 돼야 하는데, 전통 지지층의 개혁 요구를 비판하면 어떻게, 얼마나 덧셈정치에 도움이 되는지 논리적 주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뉴 이재명의 비판 대상과 비판 방식도 여전하다. 이들은 이른바 '문조털래유'나 추미애 경기도지사 등 전통적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을 비판하는 데 역량을 총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판 방식도 조롱에 가까운 '말 비틀기'로 일관한다. 유시민 짱돌, 재래식 지지자 등이 최근 새로 나온 표현들이다.
'문조털래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방송인 김어준씨,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유시민 작가 등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이후에는 '문'을 빼고 추 지사의 '추'를 넣어 '조추털래유'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
유 작가는 "입만 열면 문조털래유를 공격하고 까면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 중에 누군가가 문재인을 깐다고 해서 이재명을 지지할 가능성은 없다"며 "문재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의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형편없다"며 "조국을 깐다고 해서 이재명 지지자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 왼족)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발언하는 가운데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뉴 이재명 성향의 주장과 논리들이 여전히 청와대나 민주당의 기조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뺄셈정치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는 최근 뉴 이재명 기조로 시사방송에서 문조털래유를 비난해왔던 김성완 시사평론가를 새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 김용민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와 별도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권 주류가 정청래 전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는 포용하고, 유 작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전통적 지지층 이탈을 대응하려 한다는 전언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한 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퇴원한 뒤 따로 만남을 갖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23일 페이스북에서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향후 민주진보진영 내부를 갈라치는 '배제의 정치'를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민주당 내 특정 계파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힘만으로는 성공할 수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