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한화엔진 대표이사가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 기조에 힘입어 신규수주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한화엔진은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지 3년이 된 올해 수주잔고를 2배 이상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대표는 풍부한 일감을 토대로 10년 만에 다시 중속엔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김 대표에게 큰 사업 기회를 가져다줄 분야로는 AI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시장이 꼽힌다.
김 대표가 새롭게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뛰어드는 데 있어 한화에너지, 한화오션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그룹의 역량은 든든한 뒷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서 한화엔진 대표이사가 AI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사업에서 한화엔진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9일 한화엔진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해 보면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수주잔고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한화임팩트를 통해 선박엔진 전문 기업 HSD엔진을 인수해 2024년 초 한화엔진으로 출범시켰다. 2023년 초 인수를 위한 협약을 맺은 뒤 1년여 동안 인수 절차를 마치고 엔진 계열사를 품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은 당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동시에 한화엔진 인수까지 추진하면서 엔진 제작부터 선박 건조에 이르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엔진 수주잔고는 한화그룹에 편입되기 이전인 2023년 말 2조5472억 원에서 지난해 말 4조1427억 원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5조9789억 원에 이르렀다.
한화그룹 계열사로서 3년 차에 접어든 올해 편입 이전과 비교해 수주잔고를 2.3배 확대한 것이다. 올해 한화엔진 연결기준 매출 전망치가 1조5586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3.6년치 일감을 수주곳간에 쌓아둔 셈이다.
한화엔진은 한화그룹에서 새 일감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한화엔진 연간 신규수주를 보면 2023년 1조2441억 원에서 지난해 2조1965억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까지 2조1272억 원을 수주한 데 이어 3분기 들어 공시된 계약에서만 2447억 원의 신규 일감을 더했다. 올해 9월 말까지 이미 지난해 연간 신규수주 규모를 넘어섰다.
김종서 대표가 한화엔진의 수주 호조를 이끈 배경에는 조선업황의 호황과 함께 친환경 선박 엔진으로의 시장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24일 유문기 전 대표에 이어 한화엔진 수장에 올랐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두 번째로 한화엔진을 이끌게 된 전문경영인이다.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한국 및 중국 조선사의 상선 수주량은 올해 1~8월 1억7300만 DWT(재화중량톤수)로 집계됐다. 2007년 나온 역대 최대 기록(1억9400만 DWT)에 근접한 수치다.
연말까지 현재 흐름을 유지하면 올해 연간 한국 및 중국 조선사의 상선 수주량은 2억6천만 DWT로 2007년 기록을 30% 이상 웃도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사인 한화오션과 함께 삼성중공업, 중국 기업들을 고객사로 둔 한화엔진에 엔진 수주 기회가 많은 것이다.
또 한화엔진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선박용 이중연료 저속엔진 상용화에 성공한 역량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우수한 친환경 엔진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온실가스 감축 전략(GHG) 개정안을 채택하면서 2050년 해운 부문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2008년 대비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했다. 2050년에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다.
이에 탄소세를 부담하는 것보다 이중연료 엔진 도입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한화엔진이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잔고를 보유한 가운데 전체 일감에서 이중연료 엔진의 비중은 83%에 이른다.
김 대표는 든든한 일감을 밑바탕 삼아 선박용 저속엔진에 이어 발전용 중속엔진 사업도 바라보고 있다. 2016년 중속엔진 사업을 접은 지 10년 만에 이 시장으로 다시 뛰어드는 것인데 특히 AI 데이터센터 자체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발전용 엔진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온사이트(On-Site)’ 발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발전용 엔진은 다른 발전원과 비교해 초기 구축 비용이 경제적이고 전력 수요 변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현실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대안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발전용 엔진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한화엔진은 앞서 8월 창원 본사에 중속엔진 전용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중속엔진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간 생산능력은 900MW(메가와트) 규모로 파악된다.
그동안 대형 상선의 추진기관으로 사용되는 저속엔진을 주력으로 삼아온 한화엔진이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중속엔진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게 된 것이다.
한화엔진은 그룹사인 한화에너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과 연계해 처음으로 AI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수주성과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엔진이 아직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사 물량을 따내는 것은 안정적으로 수주실적을 쌓아 역량을 축적할 기회로 여겨진다.
김대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한화엔진 분석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화엔진의 수주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판단된다”며 “한화에너지와 연계를 통해 2028년 1분기 납품을 목표로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 외에도 한화엔진이 최근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사업을 공식화한 한화오션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발전용 엔진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가 한화엔진의 발전용 엔진 사업을 확장하는 데 관건은 원천기술기업 에버런스와 맺어야 하는 가스 엔진 관련 라이선스 계약으로 꼽힌다.
한화엔진은 엔진 원천기술을 보유한 에버런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권리를 확보해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발전용 엔진 가운데 디젤 연료 기반 제품은 이미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에버런스와 추가로 가스 엔진 관련 계약을 더해야 한다.
한화엔진은 현재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사업을 위해 에버런스와 가스 엔진 관련 라이선스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17일 한화엔진 분석보고서에서 “한화엔진은 에버런스와 발전용 가스 엔진 관련 계약을 무난히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룹사 수요로 첫 실적을 쌓는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사업은 트랙레코드(실적)와 동시에 장기 수요를 확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서 한화엔진 대표이사는 앞서 중속엔진 공장 준공과 관련해 “한화엔진이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역량과 시장신뢰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한 단계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앞으로 2행정(저속엔진) 및 4행정(중속엔진)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적의 추진,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