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탁기 신제품을 알리려고 만든 걸그룹 '에이아이돌(AI-DOL)'이 음악방송에 '화제의 신인'으로 소개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그룹 같지만 멤버 5명은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누구나 AI로 아이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그만큼 '진짜처럼 보이는 것'을 향한 대중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이에 LG전자는 AI를 사람처럼 꾸미는 대신 진짜 사람에게 AI 콘셉트를 입히는 홍보 전략을 썼다. 대중의 기대치에 맞추면서도 화제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LG전자가 세탁기 신제품을 알리려고 만든 걸그룹 '에이아이돌(AI-DOL)'이 음악방송에 '화제의 신인'으로 소개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그룹 같지만 멤버 5명은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사진은 '에이아이돌' 활동 영상 캡처 이미지. ⓒLG전자
9월27일 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만든 걸그룹 에이아이돌이 AI가 만든 가상 아이돌이 아니라 실존 인물로 꾸려진 그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고 영상으로 시작한 캠페인이 음악방송 소개와 음원 공개로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에이아이돌은 올인원 세탁건조기 'AI 워시콤보'를 홍보하려고 LG전자가 직접 기획·제작한 5인조 그룹이다. 소속사 이름 'AWC'도 영문 제품명 'AI WASH COMBO'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멤버 이연·모아·성현·희재·수아는 올인원 대용량, AI 타임센싱 등 신제품의 특징을 하나씩 상징하는 존재로 설정됐다.
이들의 정체는 8월28일 광고 영상으로 처음 공개됐다. LG전자는 이들을 'LG전자 코어테크와 첨단 AI기술 의인화한 네오Y2K 콘셉트'라고 소개하면서도 멤버가 전부 실존 인물이라는 점을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상 아이돌이라는 오해가 퍼진 배경이다.
AI 영상 제작사를 운영하는 문수권 디브레인 사이언스 대표는 "사람을 AI처럼 꾸며서 뉴스화하려는 마케팅 의도가 있었다는 얘기를 광고 업계에서 들었다"며 "LG전자가 AI 기술력을 평가받게 된다는 부담을 피하고 싶었을 거란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AI만으로 만든 영상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LG전자의 기술력까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 대표는 LG전자가 광고 형태를 고민한 이유가 AI 기술력 때문은 아닐 것이라 봤다.
그는 "진짜 사람 같은 영상을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LG전자의 광고는 AI 기술력을 강조하고 싶었던 광고라기보다는 광고 효과를 노린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의 한 유형"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5년 전 정반대 방향의 실험을 한 적이 있다. 2021년 '작곡하는 23세 인플루언서'라는 설정으로 가상인간 '김래아'를 만들어 홍보에 활용했다.
당시는 팬데믹으로 가상현실에 관한 관심도가 높을 때라 광고 모델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었다. 같은 시기 신한라이프가 만든 가상인간 광고모델 '로지'도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첫 광고 영상이 공개된 지 20여 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1천만 회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AI 아이돌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생성형 AI로 만든 걸그룹 '서리아'나, 10월 데뷔를 앞둔 AI 보이그룹 '뮤오23'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 등 'AI로 만든 아이돌'이라는 것만으로는 대중에 차별성을 갖기 어려워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김래아가 인기를 끈 것은 팬데믹의 영향이 컸고, 현재의 트렌드는 AI의 기술력보다 얼마나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어 내느냐에 집중돼 있기에 다른 전략을 썼다"며 "그룹명에 AI를 넣은 것은 세탁기의 AI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잠재 소비자 저변을 확대하는 측면에서도 홍보 효과를 기대했다고 했다. 그는 "20대는 우리의 잠재 고객군이지만 상대적으로 세탁기에 크게 관심이 없기도 하다"며 "이들이 자주 소통하는 SNS에서 접점을 만들고 입소문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에이아이돌은 애초 9월 말까지 디지털 채널에서만 활동할 계획이었다. 오성택 LG전자 한국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티징 영상 때부터 소비자 반응과 관심이 예상보다 뜨거워 활동 범위와 기간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며 "향후 에이아이돌의 팬덤이 구축된다면 팬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 마련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멤버들이 영상 밖으로 나와 직접 활동에 나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에이아이돌은 9월17일 Mnet '엠카운트다운', 19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화제의 신인 걸그룹으로 영상을 통해 소개됐다. 멤버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오는 29일에는 ENA '케이팝업 차트쇼'에 등장하기로 하는 등 활동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이들의 데뷔곡 '아이워시(I WASH)'는 22일부터 멜론, 스포티파이 등 50여 개 음원·SNS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10월부터는 LG 세탁기 종료음에도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