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3시간에 걸친 협상을 벌였다. 7개월째 이어진 전쟁에서 외교적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회담은 이란의 '전향적 자세'에서 촉발된 만큼, 이란이 외교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과 미국의 경제 봉쇄가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통신=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간 뉴욕에서 3시간 동안 회담했다고 AP통신과 알자지라를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한 양자회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란과 회담을 열었고, 매우 좋고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며 이란과 회담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양국 회담에는 미국 측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특사가 참여했고, 이란 측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대표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는 이란 국영매체 보도를 인용해 아라그치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의 회담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중재자들이 하루 종일 양측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주목받는 배경으로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봉쇄가 상당한 압박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정황이 잇따라 확인된 점이 꼽힌다.
로이터는 올해 7월14일 미국이 해상 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중국으로 수출된 사례가 단 1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원자제 데이터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선적량은 지난 3월 하루 200만 배럴에서 8월에는 22만~25만 배럴 수준으로, 5개월 만에 90% 가까이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대 역성장하고 물가상승률은 7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중동보좌관은 미국 CNN 기고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으려던 전략이 미국의 봉쇄 강화로 오히려 무력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이란이 오히려 외교적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군사적 압박과 항구 봉쇄를 해제할 경우 7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수 있다는 구체적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구체적 시한과 조건을 먼저 내놓은 것 자체가, 궁지에 몰려 끌려가는 협상이 아니라 조건을 설정하며 대화의 틀을 짜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물론 이번 3시간 회담으로 즉각적 휴전이나 포괄적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다.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는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는 없었다"면서도 향후 며칠 안에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결국 이번 회담은 종전 합의로 가는 확실한 전환점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이란 모두 각자의 정치적 명분을 챙기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단계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강경한 대이란 압박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연설에서 "이란과 합의를 이루거나, 그렇지 못하면 이슬람공화국을 섬멸할 것이다"며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 대표단 대다수가 트럼프 연설 10여 분 만에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권위가 아니라 절망에서 나온 것"이라며 "유엔총회를 군사 위협의 무대로 삼은 것 자체가 국제범죄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