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인사 시스템의 쇄신을 강조하는 가운데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의 임명 여부가 여권 내부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사진 왼쪽)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경기도 북부 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경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시절 행적과 검찰개혁 관련 입장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하며, 여당 구성원이라면 최종 결정이 내려진 뒤에는 대통령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히 김 후보자의 적격성 문제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를 둘러싼 전통적 지지층과 뉴 이재명 지지층 사이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이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유튜브 '민티07'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김 후보자 인선을 반대하는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인사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기하는 것이 좋겠다"며 "(내부 이의제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외적으로 표명되면 야당과 뭐가 다르겠나"고 지적했다.
김용민 의원이 지속적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주장한다면 국회 법사위원 사·보임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난 뒤 인사권자(대통령)의 의견을, 결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여당을 하면 안 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과하게 넘는 경우에는 당이 이렇게 지적도 하고 당 나름의 어떤 원칙과 기강을 세워가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이른바 '뉴 이재명' 지지층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뉴 이재명' 성향의 지지층은 김용민 의원과 추미애 경기도지사 등 여권 내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이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우려를 지우기가 어렵다"며 "인사에 대한 검증과 비판을 넘어 대통령이 특정한 결론을 받아들일 때까지 연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자의 지명을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전통적 지지층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인사권 문제가 아니라 검찰개혁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로 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핵심기관인 중수청의 초대 수장에 과거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던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제도 개혁의 취지와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를 추가 검증한다고 하는데 추가 검증은 과연 어떤 시각에서 하고 있는가"라며 "행안부는 더 이상 윤석열의 용병 김지용 구하기 대변인 노릇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직 법무부장관으로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을 지키는 입장에서 자괴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인식 차이를 고려할 때 김 후보자의 최종 거취는 단순히 한 명의 인사 문제를 넘어 전통적 지지층들이 이 대통령에게 실제 검찰개혁의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21일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서 "(중수청장 인선 등) 지금 검찰개혁이 완수가 될까를 두고 (전통적 지지층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여러 개 놓여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조합을 잘 풀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도 최근 유튜브 방송 '홍사훈쑈'에서 "중수청장 후보자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것이 1차적으로 일종의 (검찰개혁 의지에 대한) 검증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바라봤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곧바로 지명 철회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탈한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려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던 만큼 임명을 강행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1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중수청장 임명과 관련해 "검찰개혁의 새로운 지표로 새롭게 출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인사에 있어 여러 부분의 검증과 사회적 동의가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