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객만 명절 짐을 싸는 게 아니다.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수백만 가구의 ‘또 다른 가족’인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준비물이 생긴다. 평소 먹던 사료와 간식, 장난감부터 낯선 곳에서 지낼 경우 보호자의 체취가 묻은 물품까지 챙길 것이 적지 않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반려동물캠핑장에서 열린 '한가위 맞이 댕댕이 한복 패션쇼'에서 강아지가 한복을 입고 런웨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추석은 25일 금요일이다. 24일 목요일부터 27일 일요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연휴를 맞아 귀성·여행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는 고민이 하나 더 있다. ‘그동안 우리 집 강아지·고양이는 어디서 지내야 할까?’
같이 갈까, 맡길까? 반려동물도 ‘명절 계획’이 필요해
반려동물과 함께 고향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모든 동물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장거리 이동이나 낯선 환경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숙소에서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동에 익숙하다면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 KTX 등 코레일 열차는 반려동물을 전용 가방에 넣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마쳤다면 동반 승차할 수 있으며, 별도 좌석을 이용하려면 어른 운임의 승차권을 구매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반려동물과 운송용기를 합친 무게가 7㎏ 이하인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기내 동반이 가능하다. 항공편은 반려동물 운송 승인을 미리 받아야 한다.
함께 떠나기 어렵다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방문 펫시터, 펫호텔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낯선 장소에 민감한 동물이라면 익숙한 집에서 방문 돌봄을 받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추석 연휴에도 수백 마리 구조
돌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명절을 맞는 경우도 있다. 명절 전후 주택가뿐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나 여행지 등에서 보호자를 잃은 동물이 발견되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3년 추석 연휴 6일 동안 전국에서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약 1천 마리로, 하루 평균 167마리꼴이었다. 2024년 추석 연휴 5일 동안에도 612마리가 구조됐다. 다만 정부 통계에는 고의로 버려진 유기동물뿐 아니라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은 유실동물도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명절 유기’로 볼 수는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이제 10가구 중 3가구에 가깝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국 3천 가구 가운데 29.2%가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등록 반려동물 수도 367만 6천 마리에 달한다.
펫호텔 맡긴다면 ‘밤에는 누가 돌볼까?’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반려동물캠핑장에서 열린 '한가위 맞이 댕댕이 한복 패션쇼'에서 강아지가 한복을 입고 런웨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 돌봄 서비스를 선택할 때는 반려동물의 성격만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 지역 업체들이 공개한 요금을 보면 방문 펫시터는 30분 기준 2만 원대, 1시간 기준 3만 원대인 경우가 있다. 펫호텔은 반려동물의 크기와 객실 형태,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소형견 기준 하루 수만 원이 드는 곳이 많다. 반려동물 추가, 산책 등 선택 서비스나 명절 성수기 요금이 붙으면 비용은 더 올라갈 수 있다.
펫호텔을 이용할 때는 가격과 시설 사진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가 동물위탁관리업으로 정식 등록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야간 관리 인력과 CCTV 운영 여부, 급식·산책 방식 등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갑자기 아프거나 다쳤을 때 연계할 수 있는 동물병원이 있는지, 보호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연락하는지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명절 추가요금 여부도 예약 전에 확인할 사항이다.
보호자는 고향으로, 반려견은 ‘돌봄 쉼터’로
서울시 ‘우리동네 펫위탁소’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예산 소진 시까지 운영된다.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돌봄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 강남구는 이번 추석 반려견 50마리를 대상으로 무료 ‘반려견 돌봄 쉼터’를 운영한다.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기간 중 최대 5일간 이용할 수 있다. 동물등록을 마친 생후 5개월 이상, 몸무게 10㎏ 이하의 반려견이 대상이며, 지정된 동물위탁 전문업체 6곳에서 돌봄을 제공한다.
서울시의 ‘우리동네 펫위탁소’도 있다. 올해 영등포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가 참여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범죄피해자, 1인가구 등이 입원이나 장기 외출 등으로 집을 비울 때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지정 업체에 맡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기간은 최대 10일이며, 1인가구는 반기별 최대 5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자치구별 예산이 소진되면 사업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어 이용 전 관할 자치구에 확인해야 한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반려동물캠핑장에서 열린 '한가위 맞이 댕댕이 한복 패션쇼'에서 강아지가 한복을 입고 런웨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는 반려동물에게도 평소와 다른 시간이다. 보호자와 떨어져 익숙한 집에 남기도 하고, 낯선 공간에서 며칠을 보내기도 한다. 함께 갈지, 집에서 돌봄을 받을지, 위탁시설에 맡길지는 반려동물의 성격과 건강 상태를 살펴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기에 잠시 떨어져 있는 며칠도 가볍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늘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곁을 비우는 동안에도 평소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해두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추석은 그리운 가족을 만나러 떠나는 시간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가장 익숙한 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