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4년 만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바라보며 2번째 임기 실적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기의 핵심 동력은 AI 산업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가 꼽힌다. 장 사장은 MLCC의 가격 상승과 고객사 체급 확대를 등에 업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2026년 3월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의 경영 상황과 중점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기
9월2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삼성전기의 미래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근 1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026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9446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9월 기준으로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9929억 원에 그쳤는데 2026년 3월 1조3135억 원을 거쳐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전망치는 2025년 실제 연간 영업이익과 비교해 113% 급증하는 수치다.
2027년 예상치의 상승폭은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기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재 3조7303억 원에 이른다. 1년 전 증권업계에서 예측하던 1조1447억 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뛰는 것이다.
장 사장은 증권업계의 예측처럼 2026년 삼성전기의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 가능성을 매우 크게 높여 놓게 됐다. 이미 삼성전기는 상반기에만 720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조 단위’ 영업이익은 장 사장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덕현 체제’ 초기 삼성전기 영업이익이 적지 않게 감소했는데 2번째 임기를 맞은 시점을 전후로 오름세를 보이다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2021년 1조4869억 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거둔 뒤 장 사장이 취임한 2022년부터 2년 동안 IT 부품 수요의 전반적 침체 탓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기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1조1천억 원으로 방어에 성공했지만 2023년에는 6605억 원으로 급감했다.
다만 2024년 반등을 시작했고 장 사장이 재선임된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하며 4년 만에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장 사장 2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삼성전기 수익성 개선을 이끄는 핵심 무기는 MLCC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사이 신호 간섭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이다.
여기에 최근 AI 서버용 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소수 기업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기의 실적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I 서버용 MLCC는 일반 제품과 다르게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가동을 견뎌야 해 고용량·고신뢰성 특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기술 난도가 매우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서버용 MLCC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기를 포함해 3개사 이하로 알려졌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 MLCC 자체 최대 규모인 1조722억 원 규모의 계약을 통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강해진 협상력을 토대로 MLCC 가격 상승 여력을 확인했다는 점, 고객사 체급이 높아져 공급사로서 지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미래가 그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기는 최근 MLCC 가격을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8월31일 트렌드포스는 8월 기준 MLCC 가격 보고서에서 제품 판가 상승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기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고객 대상 MLCC 가격을 인상했다”며 “AI 서버 수요 급증에 힘입어 MLCC 업계의 가격 상승세가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기가 4분기 동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비자용 제품에서는 최대 30%, AI 서버용 제품에서는 최대 20%의 가격을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MLCC는 가격을 높이더라도 고객사가 사양을 낮추거나 사용량을 줄일 리스크도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AI 시장 확대와 함께 물량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것과 비교해 서버 내에서 원가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2일 삼성전기 MLCC 수주 관련 분석보고서에서 “AI 투자 확대가 지속하고 있고 신규 AI 하드웨어는 데이터 전송 속도 개선에 집중되고 있는데 삼성전기의 최근 계약 공시가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MLCC 가격 인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삼성전기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기의 최근 수주를 통해 공급망에서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데 주목하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AI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삼성전기의 중요성이 높아져 장 사장이 사업을 확대하는 데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삼성전기는 6월과 7월에 각각 4540억 원, 2951억 원 규모의 MLCC 계약을 따냈다. 이번 계약까지 합치면 모두 1조8200억 원으로 MLCC 장기공급계약(LTA) 수주 물량을 늘린 것이다.
삼성전기는 계약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모든 수주에서 고객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MLCC 고객사가 이번 수주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AI 서버를 공급하는 상위기업으로 추정되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두 건의 계약은 서버 조립업체를 상대로 계약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변화는 AI 가치사슬에서 MLCC의 지위가 더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2일 삼성전기 MLCC 수주 관련 분석리포트에서 “이번 계약의 최종 수요처는 반도체 플랫폼 기업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금까지 장기공급계약이 서버를 구매하고 조립하는 단계에서 부품 수급 불안정성을 선제적으로 탈피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에는 플랫폼을 설계하는 업체가 직접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MLCC 수급 안정성이 AI 시장 상단의 플랫폼 로드맵과 연동되는 주요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컴포넌트 사업부문에 속한 MLCC는 전체 매출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문 외형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문 매출은 2024년 4조4621억 원, 2025년 5조1985억 원을 기록했고 2026년 상반기에만 3조579억 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0%, 12%에서 14%로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