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가 구조되는 모습이나 구호품을 건네받는 장면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공유하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한 ‘선의의 공유’가 오히려 아이들을 또 다른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홍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모습. AI 합성 이미지
네팔 국가아동권리위원회(National Child Rights Council)는 1일(현지시각) 홍수 피해 아동의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와 각종 미디어 플랫폼에 공개하거나 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구조·구호 현장 사진도 공개 자제해야
구조나 구호 활동을 알리기 위한 사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이가 구조되는 모습이나 구호품을 받는 장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거나 각종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 역시 공개를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재난 상황에서도 아동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재난으로 가족과 떨어지거나 거주지를 잃은 아동은 평소보다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
공개를 자제해야 할 곳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튜브, 틱톡, 링크드인, 스레드, 스냅챗, X를 비롯해 메신저와 바이버, 왓츠앱 등 온라인을 통해 사진이나 영상이 퍼질 수 있는 플랫폼이 폭넓게 포함된다. 언론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얼굴·신원·위치 노출, 또 다른 위험으로
위원회가 이처럼 사진과 영상 공개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이유는 재난 피해 아동이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홍수로 갑작스럽게 집을 떠났거나 가족과 헤어진 아이들은 보호망이 약해져 있다. 이때 얼굴이나 이름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뿐 아니라 현재 머무는 장소를 추정할 수 있는 배경이나 위치 정보까지 온라인에 퍼지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번 온라인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은 최초 게시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빠르게 복제되고 재유통될 수 있다.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해 올린 게시물이 결과적으로 아동의 위치와 상황을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정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위험은 아동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과 다른 취약계층 역시 재난 상황에서 대피 장소나 이동 수단, 일자리, 식량과 각종 지원을 절박하게 찾게 되는데,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재난 뒤 커지는 아동 인신매매 우려
대규모 재난 이후 아동 인신매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홍수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구호단체들이 질병과 영양실조뿐 아니라 아동 인신매매 위험이 다시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여아가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가족이 흩어지고 생계가 무너지면서 일부 아동이 거리나 임시시설 등 불안정한 환경으로 내몰렸고,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범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