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그룹헤드쿼터는 하나금융의 강력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모든 사람에게 365일 개방돼 지역사회와 상생하게 될 것이다."
"청라의 새로운 사옥은 경계와 장벽이 사라진 열린 공간이다. 그룹의 디지털 인프라와 인력이 집중되어 디지털 접근성이 향상되고, 시너지 창출이 한층 용이해진다."
앞의 말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022년 2월 청라 헤드쿼터 착공식에서 한 발언이다. 뒤의 말은 함영주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 발언이다.
4년의 간격을 두고, 두 회장이 같은 공간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만큼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시대'는 두 명의 회장이 뜻을 이어 밀고 내려온 그룹의 '대전환'이다.
핵심은 결국 '집적'이다. 건물을 한곳에 모아 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일할 사람들과 업무의 집적이 실제로 일어나야, 함 회장의 이야기처럼 '경계와 장벽이 사라진 공간'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비트고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 서울을 비우지 않고 청라에 모인다, '경계의 소멸'은 그룹 전략과 닿아 있다
2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9월부터 연말까지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하나증권·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저축은행·하나생명보험·하나에프앤아이·하나펀드서비스·하나금융티아이 등 하나금융그룹의 10개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이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하나드림타운'으로 순차 이동한다.
하나금융지주 본점 소재지도 9월30일부터 서울에서 인천으로 바뀐다. 올해 3월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한 정관 변경에 따라 본점 이전 관련 조항이 이날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이전의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업무의 집적’이다. 이전이 완료되면 그룹 헤드쿼터와 통합데이터센터, 하나글로벌캠퍼스가 같은 부지에 놓이는 구조가 완성된다. 그룹 경영 기능과 IT·디지털 인력, 인재개발 인프라가 한 캠퍼스에 모이는 것이다.
집적의 명분은 그룹 전략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은행과 비은행, 디지털을 한곳으로 모아 '경계'를 소멸시키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7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2.0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를 기존 10% 이상에서 12%로 올리며, 은행 경쟁력 강화와 비은행 수익성 개선에 더해 디지털자산 생태계 선점을 달성 수단으로 명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AI 기술 연구를 전담하는 사내 독립기업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두고 있고,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두나무에 1조 원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 모든 미래 목표가 하나의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하나금융그룹 ‘청라 시대’의 목적이다.
다만 서울을 완전히 비우는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청라·을지로·강남·여의도로 권역을 나누는 다거점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을지로는 은행 중심 거점, 강남은 자산관리(WM)·혁신금융, 여의도는 자본시장 기능을 맡는 구조다.
특히 자본시장 거점인 여의도가 눈에 띈다. 하나금융그룹의 자본시장 접점을 맡고 있는 계열사인 하나증권은 임차 계약을 5년 연장하면서 일부 인력만 청라로 옮기고 대다수는 잔류하기로 했다. 인적 네트워크와 영업기반이 중요한 증권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관 개정안에는 주주총회를 본점 소재지에서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인접 지역 개최도 가능하도록 한 제24조의3과 전자주주총회 근거 조항이 함께 담겼다. 본점은 옮기되, 필요하다면 서울과의 접점은 계속 남겨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건물은 모였지만 사람은 아직 미지수, 노사 협력이 첫 시험대
특기할 만한 점은 이동 부담이 계열사별로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거점 전략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그룹의 모든 인원이 옮겨가는 것이 아닌 만큼 임직원 사이에서, 그리고 노사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선제적으로 풀어내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하나카드와 하나생명 노조를 중심으로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사업장 이전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와 대응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전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주거·보육·근로시간·출퇴근 환경과 관련된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하나카드 노조는 주거·보육·근로시간·출퇴근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주에 전달했고, 교섭 경과를 보며 추가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함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경계와 장벽이 사라진 열린 공간'은 건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집적의 논리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모여야 성립한다. 이전 대상 인력이 이탈하면 건물만 모이고 역량은 흩어지는 결과가 된다.
단순한 건물의 집적이 아니라 사람과 업무의 집적을 이뤄내는 것이 청라 시대 하나금융그룹의 첫 번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무작정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는 곤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각 계열사 내에서도 이전하는 사람과 이전하지 않는 사람이 갈리고, 이전 문제가 굉장히 오랜 시간 논의되어 온 사안인 만큼 직원들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청라 이전으로 임직원들이 주거와 보육, 출퇴근 및 근무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불편과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임직원과 노동조합의 다양한 의견을 세심하게 경청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이전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정태의 청사진 함영주의 완성, 초기 성과는 남은 임기 안에 드러난다
청라 구상의 출발점은 2012년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맺은 금융타운 조성 업무협약이다. 이후 2013년 하나금융이 인천시와 협약을 체결하며 사업이 본격화됐다.
하나드림타운은 청라국제도시 24만6671㎡ 부지에 73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이다. 1단계인 그룹 통합데이터센터가 2017년 6월, 2단계인 하나글로벌캠퍼스가 2019년 5월 문을 열었다. 3단계인 그룹 헤드쿼터는 2022년 2월 착공해 지난 5월 21일 준공됐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다.
착공 당시 계획과 실제 결과에는 차이가 있다. 2022년 발표 기준 완공 목표는 2025년 말, 입주 대상은 6개 관계사 2800여 명이었다. 실제로는 원래 목표보다 5개월 정도 늦게 준공됐고, 입주 관계사는 10곳으로 늘어난 대신 인원은 2200명으로 줄었다. 계열사 수가 늘고 인원이 줄어든 것은 전면 이전이 아니라 기능별 선별 이전으로 방향이 조정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3단계 착공 연도는 함 회장의 취임 연도와 겹친다. 전임 회장이 첫 삽을 뜬 그 현장에는 당시 부회장이던 함 회장도 함께 있었다.
함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이전이 연내 마무리되는 만큼 청라 체제의 초기 성과는 남은 임기 안에 드러나게 된다. 이달 시작될 2200명의 이동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청라 이전은 단순한 사옥 이전을 넘어, 그룹의 인력과 역량을 한곳에 모아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하나금융그룹은 인천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려 그룹의 성장이 지역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