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초반에는 세계 지도자들과 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요구에 잇달아 굴복했지만, 최근 들어 저항과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관세 최후통첩을 정면으로 거부한 데 이어, 유럽과 중동은 물론 미국 내 대학·로펌·언론까지 트럼프에 맞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서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각) 카니 캐나다 총리가 보복 관세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트럼프의 무역 최후통첩에 굴복하기를 거부했으며 이는 반발과 저항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과 대학의 교육 방식까지 간섭하면서 사회 전반에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로펌과 언론사, 테크 기업들은 수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에 합의하며 이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런 '굴복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권력 남용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캐나다 카니 총리의 정면 승부, '관세 전쟁' 점화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갈등이 시작된 이래, 양국의 협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반복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월20일 캐나다산 일부 품목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며 30일의 유예 기간을 두었고, 그 사이 미국과 캐나다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목재 관세 인하를 뼈대로 한 협상을 진행해 타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지난 21일 밤 협상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막판 조율이 결렬됐고, 미국은 예고대로 22일 자정을 기해 유제품·주류·시멘트·하키 장비 등 캐나다산 제품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 원)어치에 50% 관세를 발효시켰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 관세협상 결렬 직후 자국 대표단을 전격 철수시켰다. 그는 "협상단이 1년 넘게 성실히 임했다"며 "미국의 관세를 '달러 대 달러' 방식으로 그대로 되갚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캐나다 재무부는 25일 700개 이상의 미국산 품목에 15~50%의 관세를 매겨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이는 노동절 다음 날인 9월8일 발효된다.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철강, 알루미늄, 유제품, 가전제품, 의류, 농기계, 펄프·제지 등 미국의 핵심 수출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동시에 관세 타격을 받는 자국 노동자와 기업을 위해 75억 달러(약 10조4천억 원) 규모의 지원책도 함께 내놓았다.
카니 총리는 지난주 캐나다 오타와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파멸시키려 한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으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카니 총리를 향해 "약하고 무능한 총리"라 비난하며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꿀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 감정적 대응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카니 총리의 대미 강경 노선은 국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결정이 캐나다인들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정치적 구심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란드 갈등, 유럽 결속의 전환점
뉴욕타임스는 유럽 지도자들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으로 그린란드 사태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유럽 국가들은 과거처럼 그를 달래는 대신 강하게 반발했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실제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 여러 NATO 회원국은 그린란드에 소규모지만 군대를 직접 파견하며 반발의 뜻을 분명히 표기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달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NATO의 모든 영토, 우리 자신의 영토를 포함해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미국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빼앗으려 할 경우 그 여파가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그린란드의 미래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제러미 샤피로 전 미국 국무부 관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는 일종의 전환점이었다"며 "유럽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탐욕과 요구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세계 지도자들은 트럼프식 압박에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요구를 부추긴다고 보기 시작했고, 카니 총리의 대응을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맞서는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