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인공지능(AI) 신설법인 '카카오AI'의 2030년 매출 목표로 6조 원을 제시했지만, 이 목표가 실제로 달성 가능한지를 두고 증권가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불과 5년 안에 현재 주력 사업 전체를 뛰어넘는 매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데다, 목표로 내건 성장률조차 기존 사업의 실제 속도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어서다.
결국 카카오의 인적분할이 시장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정 대표가 카카오의 대표 AI 서비스 '카나나'의 수익성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인공지능(AI) 신설법인 '카카오AI'의 2030년 매출 목표로 6조 원을 제시했지만, 이 목표가 실제로 달성 가능한지를 두고 증권가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정 대표가 2025년 9월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모습. ⓒ카카오
8월2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카카오가 인적분할과 함께 내놓은 '카카오AI'의 2030년 실적 목표가 현재 카카오의 성장 속도에 비해 벅찬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카오는 8월21일 이사회가 회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결의하고, 정 대표와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각 법인의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오는 12월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1일 부로 카카오AI, 카카오X 두 개 회사로 분할된다. 핵심 매출원인 카카오톡 서비스가 카카오AI에 포함돼, 실질적 사업회사로 기능한다.
당일 정 대표는 언론 설명회를 열고 카카오AI의 실적 목표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매출 6조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조 원,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AI의 목표치를 두고 기존 성장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AI의 2030년 목표는 현재 매출 기여가 미미한 에이전틱 광고·커머스의 폭발적 성장이 전제돼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카카오가 제시한 카카오AI의 2025년 매출은 약 2조7천억 원이다. 5년 뒤 매출 6조 원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17.3%씩 매출이 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카오가 제시한 연평균 20%의 매출 성장 목표가 이뤄진다면 2030년 매출은 6조7천억 원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성장의 규모가 신사업을 새로 창출해내야 하는 수준으로 크다는 것이다. 카카오AI는 2030년까지 매출 3조3천억 원을 더 창출해야 한다. 이는 2025년 기준 카카오톡 광고와 커머스를 합친 톡비즈 사업 전체 매출 2조3700억 원보다 큰 규모다. 5년 안에 주력 사업 하나를 아예 통째로 창출하는 수준으로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
매출 목표를 5년으로 나누면 해마다 6600억 원의 매출 증가분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2025년 카카오 커머스 사업 전체 매출 9510억 원의 약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카카오AI의 수익성 목표는 매출보다 더 도전적이다. 카카오는 현재 16.4%인 영업이익률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 목표대로면 2030년 영업이익은 1조8천억 원으로 2025년 영업이익 4400억 원의 4.1배가 되어야 하고, EBITDA도 기존의 2.9배인 2조 원까지 늘어야 한다.
카카오는 사업 부문별로도 구체적 목표를 내걸고 있다. 광고와 커머스 사업을 각각 연평균 20%, 14%씩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증권사들의 추정치와 비교하면 꽤 큰 괴리를 보여주는 목표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2년간 카카오의 광고 매출 성장률은 7.0~13.0% 사이에서, 커머스 매출 성장률은 6.1~6.7%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바라봤다. 카카오가 내건 목표 속도보다 절반가량 낮게 추정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런 회의론에 맞서 AI라는 답을 미리 내놓고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정 대표는 인적분할 발표 당일 2030년까지 AI 관련 신규 매출로만 1조 원을 만들고, 2028년 전체 매출 가운데 AI 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전망의 근거는 AI 서비스 '카나나'의 성장을 향한 믿음이다. 현재 카카오는 카나나의 월간 이용자(MAU) 대비 하루 이용자(DAU) 비율이 60~70%에 달하고, AI 기능을 쓰는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용자보다 앱에 머무는 시간이 50% 이상 길다는 점을 성장성에 대한 지표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실제 AI 기능을 쓰는 이용자가 몇 명이고 거기서 지금 당장 발생하는 매출이 얼마인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단계인 셈이다.
이지은 KB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카카오의 높은 이익 성장세가 AI 서비스의 성과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선유진 LS증권 연구원은 "카카오AI는 재상장 이전까지 에이전틱 AI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이용자 트래픽의 질적·양적 개선 가시성, 수익화 추진 등의 행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카카오AI가 시장에서 처음 값을 매기게 되는 재상장일은 2027년 1월27일이다. 그 사이 12월17일 임시주주총회와 최소 두 차례 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6조 원이라는 목표의 현실성에 관한 시장의 평가는 그 사이 카카오AI가 내놓을 트래픽과 수익화 성과에 따라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