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쿰한 나무 냄새와 켜켜이 내려앉은 먼지 사이,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물건일 뿐인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보물이 된다.
한때 고미술 애호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골동품 시장을 요즘 2030세대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직접 상가를 찾아 물건을 만져보기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숨은 가게를 찾아가기도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그릇 하나가 수집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2030세대가 골동품 상가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고미술품·골동품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MZ세대가 골동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를 찾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은 전문 고미술상가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선택지를 넓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가격이나 물건의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워 초보자가 선뜻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오프라인 상가와 달리, 온라인에서는 검색만으로 다양한 상품을 살펴보고 비교할 수 있다.
여기에 매일 새로운 상품이 올라와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을 발견하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전문 상점이 선별한 상품뿐 아니라 개인이 집에 보관하던 오래된 그릇이나 가구, 장식품까지 거래 대상으로 나오면서 골동품 시장의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실제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가 올해 상반기 고미술품·골동품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련 상품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고 거래액은 183% 늘었다. 평균 거래금액도 21만4천 원에서 29만5천 원으로 37%가량 상승했다.
특히 거래 방식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상반기 고미술품·골동품의 택배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4% 증가했고, 전체 거래에서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도 13.3%에서 37.8%로 높아졌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택배 거래가 전체의 57% 이상을 차지했다.
직접 실물을 확인한 뒤 거래하는 것이 익숙했던 골동품이 이제는 온라인에서 발견하고 결제한 뒤 집에서 받아보는 상품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골동품일까. 최근 20·30대 사이에서는 오래된 물건을 단순히 ‘낡은 것’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오브제이자 생활용품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빠르게 생산되고 쉽게 교체되는 새것과 달리 오래된 물건에는 시간이 만든 흔적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된 비슷한 상품보다 어디서 왔고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는 물건,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에서 오히려 차별화된 가치를 찾는 것이다.
서울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변화는 이러한 소비 문화가 골동품 시장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1980년대 청계천·황학동 등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상들이 모여 형성된 전통적 골동품 상가에 최근에는 SNS를 통해 찾아오는 20·30대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비싼 고미술품을 구매하기보다 제기와 도자기, 탈과 항아리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직접 찾아보고, 사진을 찍고, 일상 공간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한다.
답십리의 상점 ‘오브(OF)’가 조선시대 책가도에서 착안해 골동품을 큐레이션하고, ‘호박포크아트갤러리’가 골동품과 현대미술·주얼리를 함께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년 된 청사초롱을 조명으로 활용하거나 고려청자에 차를 내는 등 골동품을 단순히 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쓰고 즐기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골동품이 자신의 공간과 취향을 보여주는 생활 속 오브제로 소비되면서 상가 역시 취향을 발견하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