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보고서 기준 남성 직원 수는 6129명, 여성 직원 수는 6130명으로, 단 한 명 차이다. 그러나 남성에게 지급된 연간 급여총액은 5499억 원, 여성은 3712억 원이었다. 1.48배 차이가 났다.
은행권은 여성 직원의 비중이 보통 절반을 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유리천장이 덜한 업종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얼마나 위로 올라가느냐'를 기준으로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26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대 은행 전체 직원 5만3151명 가운데 여성은 3만464명으로 57.3%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 은행의 미등기임원 94명 중 여성은 10명, 10.6%에 그쳤다.
2026년 상반기보고서 기준 4대은행의 남녀 평균 1인당 연간 임금 비교 그래프. ⓒ그래픽 허프포스트 코리아
◆ 신한은행 임금격차 32.2%에 여성 임원은 1명으로 '최하위', 격차의 원인은 ‘근속연수’
신한은행의 상반기 1인 평균급여액은 남성 9000만 원, 여성 6100만 원이었다. 여성이 남성의 67.8% 수준으로, 4대 은행 중 격차가 가장 컸다. 나머지 세 곳은 여성이 남성의 81~86%를 받았다.
여성 임원 비율도 최하위였다. 신한은행의 미등기임원 19명 가운데 여성은 박현주 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 한 명뿐이다. 비율로는 5.3%다. 부행장 12명 중 여성은 1명이었고, 상무 7명 중에는 여성이 없었다.
성별 직원 수를 기준으로 미등기임원 비중을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한은행 남성 직원은 340명당 1명이 미등기임원이었고, 여성은 6130명당 1명이었다. 남성 직원의 미등기임원 비중이 여성보다 18배 높았다.
신한은행의 남녀 급여 격차에 영향을 미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남녀 근속연수 차이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평균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짧았다. 신한은행의 남성 평균 근속은 16년 2개월, 여성은 14년으로 2년 2개월 차이가 났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모두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길었다.
이 근속연수 차이는 신한은행 급여 현황의 다른 특징과도 연결된다. 신한은행의 남녀 임금격차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여성이 타행과 비교해 훨씬 적게 받는다기보다 남성이 많이 받아서 생긴 격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성 직원의 상반기 평균 임금만 놓고 보면 신한 6100만 원, KB국민 6300만 원, 하나 6600만 원, 우리 6600만 원으로 은행 간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신한은행 남성 직원의 평균 임금은 9천만 원으로, 하나 8100만 원, 우리 7700만 원, KB국민 7600만 원보다 뚜렷하게 높다.
◆ 하나은행, 여성 직원 수 비중은 최고인데 미등기임원 비중의 남녀 격차는 23배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여성 직원 비중이 가장 높다. 전체 직원 1만2041명 중 여성이 7792명으로 64.7%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등기임원 27명 가운데 여성은 김미숙 중앙영업그룹대표(부행장)와 박영미 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 2명, 7.4%에 그쳤다.
성별 직원 수를 기준으로 미등기임원 비중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뚜렷해진다. 하나은행 남성 직원은 4249명 중 25명이 미등기임원으로, 170명당 1명꼴이다. 여성은 7792명 중 2명으로 3896명당 1명이다. 남성 직원의 미등기임원 비중이 여성보다 22.9배 높았다. 4대 은행 중 가장 큰 격차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1인 평균급여액은 남성 8100만 원, 여성 6600만 원으로 여성이 남성의 81.5% 수준이었다. 평균 근속연수는 여성이 15.5년으로 남성(14.2년)보다 길었다.
◆ 정도의 차이일 뿐, ‘유리 천장’은 4대 은행 공통 현상
이러한 유리 천장은 비단 두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4대 은행이 상반기 지급한 급여총액을 성별 직원 수로 나누면 남성은 8086만 원, 여성은 6359만 원으로 여성이 남성의 78.6%를 받았다. 여성 직원의 수가 남성 직원의 수보다 더 많은데 임금과 임원 자리는 남성에게 쏠려 있는 구조는 4대 은행에서 모두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은 여성 직원 비율이 58.7%인 가운데 미등기임원 27명 중 여성이 박선현·이수진 부행장과 정은영 상무 등 3명으로 11.1%였다. 남성은 256명당 1명, 여성은 2906명당 1명이 미등기임원이 돼 미등기임원 비중의 남녀 격차는 11.4배였다. 상반기 1인 평균급여액은 남성 7600만 원, 여성 6300만 원으로 여성이 82.9% 수준이었다. 여성 평균 근속연수는 17년 2개월로 남성(16년 8개월)보다 길었다.
우리은행은 네 곳 중 지표가 가장 나았다. 여성 직원 비율은 55.9%이고, 미등기임원 21명 중 여성이 류진현·김선 부행장, 조윤희·오지영 상무 등 4명으로 19%였다.
미등기임원 비중의 남녀 격차도 5.4배로 우리은행이 가장 작았다. 상반기 1인 평균급여액은 남성 7700만 원, 여성 6600만 원으로 여성이 85.7%를 받았다. 이 역시 4대 은행 중 격차가 가장 작은 수준이다. 여성 평균 근속연수는 17.7년으로 남성(14.5년)보다 3년 이상 길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이사회 구성부터 조직문화, 제도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양성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라며 “소통을 통한 다양성과 포용의 조직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와 환경을 정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