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5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인정하는 발언도 내놨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외교 이벤트를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만남 자체'에 흥미가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경제·군사적 위상이 크게 달라진 만큼, 예전처럼 만남 자체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19년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일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에 큰 의지를 보이는 만큼, 미국이 북한에 어떤 '선물'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무기 57개 발언,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을 위한 제스처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은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애초에 허용됐어야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이미 가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구체적 숫자로 언급한 최초의 사례로, 그는 같은 자리에서 연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계획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 첫날부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부르기 시작해 이번 정부 들어 이 표현을 반복해왔다.
2025년 10월 아시아 순방 중에는 "북한은 어떤 의미에서는 핵보유국이다"며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한다면, 그들은 이미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을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백악관은 "비핵화 원칙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하노이의 교훈, 김정은은 트럼프를 믿지 않는다
일단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세'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두고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소통’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추진에 냉담한 입장을 보이는 주요한 배경으로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이 우선 꼽힌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영변 외 5곳의 추가 핵시설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로 맞섰다.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이 가장 큰 시설"이라는 입장을 고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할 준비가 안 됐다"며 자리를 떴고, 회담은 아무런 소득없이 끝났다.
이 '노딜'의 충격은 그 뒤 북한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김정은 위원장은 같은 해 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 문제에 목이 말라 미국과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러시아 파병 이후 달라진 몸값
여기에 북한은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시절과 크게 처지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국책연구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2025년 말까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한 대가로 최대 144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최근 보도에서 이와 같은 추정치가 "북한 연간 경제 생산량 전체와 맞먹는 규모"라고 짚었다.
이런 경제적 이익은 북한의 협상태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벌어들인 약 140억 달러(약 20조 원)의 군사지원 수익에 더해 중국으로부터 무역 및 원조형태로도 수억 달러를 확보하면서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올해 6월 한반도 정세 분석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양쪽과 교역확대를 통해 수익창출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결국 북한이 미국의 제재 해제나 경제협력 제안에 예전처럼 목매지 않아도 되는 처지로 바뀐 셈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 제재 해제, 정전협정 체결, 북미상호수교 등의 '아주 큰 선물'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