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박심'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과 단체 만찬을 가진 데 이어 정점식 원내대표까지 직접 사저를 찾아 당 연찬회 참석을 요청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박 전 대통령을 다시 정치권으로 불러내는 국민의힘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내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19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앞줄 오른쪽)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전 시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이미지 정치로 일어선 사람은 그 이미지가 붕괴되는 순간 몰락한다"며 "박근혜의 몰락을 단순히 진영논리의 희생양으로만 설명해선 안 된다. 나는 박근혜의 몰락을 이미지 정치의 몰락으로 본다"고 적었다.
이어 자신이 대구시장 재임 중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동상을 세우면서도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하거나 사저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 전 시장은 "대통령 자질이 아니었던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온갖 고초를 겪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젠 갈등의 현장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노후를 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의 발언은 정점식 원내대표가 전날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직후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 약 30분간 만나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지원 유세로 '보수 결집의 계기'를 만들어준 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오는 27~28일 열리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참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과 박 전 대통령의 접촉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2일에는 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강원 지역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현역 의원 15명가량이 울산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했다. 김기현·박대출·박성민·유영하·이철규·유상범 의원 등이 자리했으며, 역시 지방선거 지원에 대한 감사가 회동의 명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 등 전국 곳곳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탄핵 이후 공개 정치 행보를 자제해왔던 박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선거판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민의힘은 보수층 결집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은 당시부터 국민의힘의 이 같은 선거 전략을 비판했다. 5월30일에는 박 전 대통령을 앞세운 선거운동을 두고 "감성 자극 투표로는 대구 미래가 더 암담해질 뿐"이라고 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당이 박 전 대통령과의 접점을 계속 넓히자 이번에는 '이미지 정치의 몰락'이라는 표현까지 꺼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