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 부채가 사상 최초로 40조 달러(약 5경5600조 원)를 넘어섰다. 이는 군비 및 관세 환급, 사회 복지 지출 증가와 감세 정책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6년 8월19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 전자 디스플레이에 미국 국가 부채가 표시되어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미국 재무부는 19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국가 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국가 부채 증가 원인은 정부가 수년간 군비 및 메디케어 등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해 빌린 자금과 관세 환급,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 때문이다"고 짚었다.
올해만 해도 미국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 비용, 각종 채무 상환, 2025년 통과된 대규모 감세안 때문에 줄어든 세수 등으로 인해 2조 달러(약 2800조 원) 이상을 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정부 차입이 늘면서 2조 달러 가운데 미국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차지한다. 한국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이 약 1조8700억 달러(약 2663조 원)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다. 미국 국가부채 40조 달러는 대한민국 1년 GDP의 21.39배에 이른다.
미국의 재정정책 관련 싱크탱크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윈 선임 정책국장은 뉴욕타임스에 "부채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부채 부담이 증가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관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미국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치르면서 군비를 확장했고, 여기에 닷컴 버블 붕괴와 감세 정책이 겹치며 재정 적자가 발생했다. 2007~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정부가 세수 감소 속에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재정 적자가 확대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비슷한 이유로 재정 적자가 늘었다.
미국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공공 건강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등 사회 복지 관련 지출도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반복적으로 통과시키고 연장한 감세안 때문에 세수가 줄어 재정 적자는 더욱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처음 대통령 후보로 나설 당시 8년 내에 국가 부채를 없앨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10년간 미국의 국가 부채는 2배로 늘어났다.
특히 2기 행정부에 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경제 정책은 오히려 국가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를 수장으로 삼아 만든 정부효율부는 연방 지출을 1조 달러(약 1400조 원) 줄이겠다고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효율부는 19일 기준 2천억 달러(약 280조 원) 정도의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목표한 금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마저도 정부회계감사원이 6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뢰성과 투명성이 부족한 추정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품에 관련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해 정부 세수를 늘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일부 관세는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관세를 통한 재정 확충 계획은 장애물에 부딪혔고, 결국 연방 정부는 기업들에게 1600억 달러(약 222조 원)을 환불해야 했다. 이는 오히려 재정 적자를 확대시켰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4일 미국 방송 뉴스맥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올해 재정 적자가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다"며 "이란과의 전쟁 지출로 군비 지출이 증가하고, 관세 환급 조치가 적자 비율 감소 목표를 저해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됐고, 세수가 증가할 원인으로 꼽은 경기 확장 효과 역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미국 재정 적자로 인해 미국에 관한 신뢰도가 흔들린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이자율은 17일 5.33%를 기록하며 19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보유에 관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미국의 국가 부채가 꾸준히 증가하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먼저 미국이 빚을 갚기 위해 국채를 늘리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는데, 이러면 한국 시장 금리 역시 덩달아 올라 가계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국채 금리 강세가 달러 선호 현상을 강화하면서 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위험 자산으로 여겨지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며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