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의 방한을 계기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규모와 속도를 확보하는 분기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의 방한을 계기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규모와 속도를 확보하는 분기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이 대표(왼쪽)가 8월14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과 회동 후 악수하는 모습. ⓒ현대건설
8월19일 건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미국 SMR 시장에서 가장 빨리 시공에 들어가는 국내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미국에서 가장 시공이 빠를 수 있는 3.5세대 SMR(홀텍)과 4세대 SMR(테라파워) 시공 기회를 모두 확보했다"며 "이후 NOAK(후속호기)에 대한 참여 가능성도 높였다"고 평가했다. 후속호기는 1호기(최초호기)가 완공된 이후 반복 건설되는 2호기부터의 원전을 가리킨다.
그동안 현대건설의 SMR 사업은 미국 홀텍과 추진하는 '팰리세이즈 SMR-300 FOAK(최초호기)' 프로젝트가 주로 부각돼왔다. 현대건설이 2021년부터 홀텍과 SMR 협력 계약을 체결해 사업 독점권을 확보하면서 가장 먼저 시공될 SMR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2025년 말 착공을 시작할 것으로 계획됐던 프로젝트의 추진 일정이 점차 뒤로 밀렸고, 그 사이에 테라파워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허가를 받아 사업 속도를 높이면서 현대건설의 새로운 주요 포트폴리오로 떠올랐다.
NRC의 관할 하에 있는 테라파워의 사업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알려진 만큼, 현대건설이 미국에서 추진하는 SMR 사업 가운데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테라파워는 이미 올해 4월부터 최초호기 건설을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기존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의 사업을 이관받아 EPC를 수행하게 된다. 테라파워의 SMR 최초호기의 개발 일정대로 2030년 시운전이 이뤄진다면, 같은 해 건설 완료를 목표로 하는 홀텍 SMR 사업보다 빠르게 완공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대표로서는 원전 시간표를 앞당기는 것이 재무 전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올해 6월 현대건설은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그 배경으로 현대건설이 제시한 것은 '2028년 신용등급 상향'이다. 이는 신용등급 평가 전까지 전환사채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반영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전환사채가 자본이 되려면 적어도 2027년 7월까지 현대건설 주가가 전환가액 15만607원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웃돌아야 한다. 원전 모멘텀은 현대건설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인인 만큼, 이 대표가 원전 사업 가시성을 하루 빨리 증명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 상황에서 빌 게이츠와의 만남은 현대건설 원전 시간표를 앞당기는 뚜렷한 분기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8월14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과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정기선 HD현대 회장을 만나 SMR 사업 진행 방안을 논의했다.
직후 8월18일 현대건설은 테라파워와 SMR 사업 수행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테라파워가 추가로 최대 8호기까지 지을 예정인 후속호기에 관한 EPC 독점 시공 권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테라파워, HD현대중공업과 맺은 업무협약(MOU)이 불과 3개월 만에 구속력 있는 계약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현대건설의 위상도 '원전 협력 파트너'에서 '실제 시공 주체'로 바뀌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테라파워의 혁신적 원전 기술과 현대건설의 글로벌 EPC 역량을 결합한 만큼,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차세대 원전 상용화를 앞당기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