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기 판다’였다. 이름이 생기는 순간부터는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는 판다 가족의 넷째인 아기 판다 이름을 결정할 전국민 대상 투표 이벤트를 8월30일까지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생후 77일째를 맞은 아기 판다(왼쪽). 서울대공원은 19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쌍둥이의 젖떼기를 기념해 ‘이름 결정전’ 이벤트를 열었다고 알렸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서울대공원 인스타그램
에버랜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막내 동생과 서울대공원의 레서판다 쌍둥이가 나란히 이름을 기다리고 있다. 한쪽은 1만 개가 넘는 이름 가운데 후보가 추려졌고, 다른 한쪽은 시민들이 직접 두 개의 이름 세트 중 하나를 고르게 됐다. 작명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방식이 담겨 있다.
에버랜드는 18일 판다 가족의 넷째인 아기 판다의 이름을 정하는 전국민 투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3일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으로, 출생 당시 몸무게는 171g이었다. 푸바오와 쌍둥이 루이바오·후이바오에 이은 국내 자연번식 네 번째 판다다.
1만 개가 넘는 추천 이름 가운데 최종 후보에 오른 이름은 쥬바오·쥰바오·린바오·유바오·슈바오다. 모두 아기 판다를 귀하게 여기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쥬바오는 진주나 보석처럼 귀하게 사랑받는 보물, 쥰바오는 뛰어나고 준수한 보물이라는 뜻이다. 린바오는 아름다운 옥처럼 귀한 보물, 유바오는 모두의 축복과 보호를 받는 보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슈바오는 새벽빛처럼 밝은 보물이라는 뜻이다.
강바오(강철원 주키퍼)가 직접 고른 이름은 ‘슈바오’였다. 팬들은 이름에서 ‘슈크림’을 떠올리며 슈크림빵과 아기 판다를 합성한 사진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는 판다 가족의 넷째인 아기 판다 이름을 결정할 전국민 대상 투표 이벤트를 8월30일까지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생후 77일째를 맞은 아기 판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이름 투표는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에버랜드 앱에서 알림 설정에 동의한 뒤 참여할 수 있으며, 아이디 하나당 하루 한 번 후보 하나에 투표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에서도 이름을 기다리는 새 생명이 있다. 지난 6월19일 태어난 레서판다 쌍둥이다.
서울대공원은 쌍둥이의 젖떼기를 기념해 19일부터 ‘이름 결정전’을 시작했다. 레서판다는 보통 생후 60일을 전후해 어미의 젖을 먹는 양을 줄이고 일반식을 먹기 시작한다. 서울대공원은 쌍둥이가 건강하게 젖을 떼고 성장하고 있는 것을 기념해 시민들에게 이름을 골라달라고 했다.
서울대공원은 2023년 11월 캐나다와 일본에서 온 레서판다 삼총사의 근황을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한다고 2024년 3월8일 밝혔다. 사진은 레서판다 '리안'. ⓒ서울대공원
쌍둥이 레서판다는 캐나다 캘거리동물원에서 온 수컷 ‘라비’와 일본 다마동물원에서 온 암컷 ‘리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국내 최초 자연번식 레서판다다. 첫째는 암컷, 둘째는 수컷이며 첫째는 장난꾸러기, 둘째는 수줍음이 많은 성격으로 소개됐다.
이름 후보는 ‘보니(Boni)·노바(Nova)’와 ‘마루(Maru)·마롱(Marron)’ 두 세트다.
보니는 ‘밤 속껍질’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주변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보호와 포용’의 성품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노바는 라틴어로 ‘새로운’을 뜻한다. 국내 최초 자연번식을 기념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마루는 ‘정상·으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귀하고 으뜸가는 존재로 자라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길 바란다는 의미다. 마롱은 프랑스어로 ‘밤’을 뜻하며, 풍성한 밤처럼 세상을 넉넉하고 따뜻하게 품는 밝은 성품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두 이름 세트 가운데 더 많은 표를 얻은 세트가 최종 이름이 된다. 이후 쌍둥이의 성격과 특징을 살펴 첫째와 둘째에게 각각 이름을 붙이게 된다.
투표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서울대공원 공식 SNS 채널 가운데 한 곳을 구독하거나 팔로우한 뒤 구글폼에서 이름 세트를 하나 고르면 된다. 1인 1회 참여할 수 있으며 당첨자는 8월31일 발표한다. 참여자 가운데 100명에게는 투썸플레이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공된다.
그런데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이 뭐 그리 중요할까. ‘판다’라고 부를 때와 ‘푸바오’라고 부를 때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달라진다. 비슷하게 생긴 동물 가운데 한 마리가 아니라, 이름과 성격을 가진 하나의 개체로 기억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푸바오가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일은 판다라는 동물을 구경하는 것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푸바오의 표정과 행동을 이야기했고, 어느새 그의 성장 과정에 자신의 시간을 겹쳐 놓았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도 마찬가지다. ‘판다 쌍둥이’라는 말 대신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사람들은 둘을 구별하고 각자의 모습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아기 판다’였던 존재가 어느 날 ‘누구’가 되고, ‘레서판다 쌍둥이’였던 두 마리에게도 각자의 이름이 생긴다. 이름을 고르는 일은 어쩌면 그 생명을 오래 기억하겠다는 사람들의 약속에 가까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