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금융그룹이 은행·보험·증권을 온전히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점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종합금융그룹의 한 축을 '보험'으로 세웠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247억 원으로 우리금융그룹 전체 순이익 1조6090억 원의 약 1.5% 수준이라는 점, 임 회장이 임기 내내 공을 들여온 것이 보험 포트폴리오 완성이었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면 우리금융 비은행 전략의 방점은 사실상 보험에 찍혀 있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 통합 작업에 본격 착수하며 내년 하반기 통합 완수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통합 생보사를 '자산 규모 5위'로 소개하고 있지만,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책임지는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그보다 순위가 떨어진다. 통합 생보사가 그룹 비은행 부문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려면 결국 CSM, 그중에서도 동양생명의 CSM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그리는 '종합금융그룹'의 비은행 핵심은 보험이다. 2027년 출범 예정인 '통합 생명보험사'는 이 청사진의 완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관건은 '규모'보다 미래 이익체력, 우리금융그룹이 'CSM 중시'를 내건 이유
19일 각 보험사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 규모는 단순 합산으로 54조3천억 원, 업계 5위 수준이지만 CSM 잔액으로 줄을 세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가 우리금융의 통합생보사보다 작은 농협생명보험(51조 원)이나, KB라이프(35조 원) 등 보험사의 CSM 잔액이 동양생명·ABL생명의 상반기 CSM 잔액 단순 합산(약 3조7천억 원)보다 많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협생명보험의 CSM잔액은 약 4조8천억 원, KB라이프는 약 3조7천억 원이다. 반면 동양생명·ABL생명의 CSM 잔액 단순 합산은 동양생명 2조6457억 원, ABL생명 1조704억 원으로 약 3조7천억 원이다. CSM잔액이 자산 규모가 약 4조 원 작은 회사보다 1조 원 정도가 부족하고, 자산 규모가 약 20조 원 작은 회사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CSM은 보험계약에서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쌓아둔 금액으로, 계약 기간에 걸쳐 상각되며 이익으로 풀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 보험사의 이익 체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반대로 자산 규모는 미래 수익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보험업계에서 동양생명·ABL생명 통합의 성패를 가를 지표는 결국 CSM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우리금융그룹이 통합 생보사의 경영 목표로 'CSM 중시'를 내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은 통합 작업 착수를 알리며 "안정적 자본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이익의 원천인 CSM을 중시하는 경영을 통해 보험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뜻을 보였다.
◆ 2분기 반등은 확인, 상반기 전체로는 부진했던 동양생명의 미래이익 체력
통합 생보사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양생명의 CSM은 최근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양생명의 신계약CSM은 1분기 945억 원에서 2분기 1480억 원으로 56.7% 증가했다. 최근 4개 분기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3분기 1230억 원, 4분기 1033억 원, 올해 1분기 945억 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것을 2분기에 돌려세웠다. 신계약 판매 실적을 보여주는 연납화보험료(APE)도 1분기 1392억 원에서 2분기 2065억 원으로 늘었다. APE는 납입 주기가 제각각인 신계약 보험료를 1년치 기준으로 환산해 한 줄로 비교할 수 있게 만든 지표다.
CSM 잔액도 지난해 말 2조4571억 원에서 6월 말 2조6457억 원으로 7.7% 증가했다.
다만 상반기 누계로 보면 신계약CSM은 2425억 원으로 전년 동기(3030억 원) 대비 19.9% 감소했다. 1분기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 상반기 대부분 주요 생보사의 신계약CSM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반등은 고무적이지만 반기 전체로는 뒤처져 있는 셈이다. 상반기 신계약CSM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한 증가율은 NH농협생명 82.2%, 교보생명 51.5%, 한화생명 40.5%, 삼성생명 20.4% 등이다.
반면 ABL생명의 신계약 CSM은 지난해 상반기 1182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966억 원으로 급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통합 생보사 전체로 보면 신계약CSM은 늘어난 셈이지만, 자산과 CSM 모두 두 배 이상 큰 동양생명의 회복이 통합 생보사 실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통합 생보사 실적 핵심은 '건강보험', 두 회사의 다른 강점 어떻게 결합할까
동양생명의 2분기 반등을 보장성보험 가운데 종신보험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신계약CSM 회복의 관건은 건강보험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생명의 생명보장 신계약CSM은 1분기 321억 원에서 2분기 733억 원으로 128% 급증했다. 반면 건강보험 신계약CSM은 599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943억 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건강보험은 보험료 대비 확보되는 미래이익이 커 생보사 수익성의 핵심 종목으로 꼽힌다. 동양생명 실적 자료에서도 이 차이가 확인된다.
동양생명의 2분기 건강보험은 APE 614억 원에 신계약CSM 599억 원으로 거의 1대 1인 반면, 종신보험은 APE 1071억 원에 신계약CSM 733억 원에 그쳤다. 같은 보험료를 팔아도 건강보험이 미래이익을 더 남긴다는 의미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6월 말 CSM 잔액에서도 건강보험이 57%를 차지한다.
건강보험 신계약을 늘리는 일은 결국 어떤 채널로 누가 파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통합이 상품 라인업뿐 아니라 판매 조직의 재편을 함께 뜻하는 이유다.
두 회사의 판매 채널은 성격이 다르다. 동양생명은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함께 취급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 강점이 있고, ABL생명은 자사 상품만 파는 전속 설계사 조직을 확대해왔다. GA는 판매력이 크지만 보험사가 상품 구성을 통제하기 어렵고, 전속 조직은 육성 비용이 들지만 회사 전략을 상품 판매에 직접 반영할 수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두 회사의 통합 이후 채널·상품 재편이 건강보험 신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통합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