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올해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뒷통수를 맞았다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더구나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서 미국과 대화 필요성이 예전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2019년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오히려 몸값을 높아졌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셜미디어 국장 댄 스카비노 주니어 트위터 갈무리=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각)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아시아 순방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는 방안을 참모들과 사석에서 논의했으며, 이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서 눈에 띄는 외교적 성과를 찾으려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유화적 제스처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었지만 결렬된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에 동의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을 떠나면서 하노이 회담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그 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3자 회동을 성사시켰지만 북한과 미국 사이의 교착상태를 깨지는 못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핵전력을 고도화함에 따라 몸값은 더 올랐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2월 노동당 회의와 관련된 연설에서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내건 바 있다.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추진이 미국 내 정치적 열세를 극복하려는 안간힘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란전쟁의 장기화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초반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담당 선임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으로 미국의 외교적 정책목표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해 다른 독재자(김정은 국무위원장)를 달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