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이 굿즈를 사고, 굿즈를 사러 온 방문객이 커피와 한식을 즐긴다. K팝 스타와 협업한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박물관을 찾는 이유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와 협업해 선보인 ‘블랙핑크 헤리티지 컬렉션’. ⓒ연합뉴스
19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1~5월 박물관 누적 관람객은 325만51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4만1592명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처음 600만 명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전시를 넘어 ‘갖고 싶은 것’이 된 굿즈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굿즈 매출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브랜드 '뮷즈(MU:DS)'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2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4억8000만 원보다 90%가량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 2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 41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불과 반년 만에 2024년 연간 매출 212억8400만 원도 넘어섰다.
뮷즈가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달라진 상품 기획도 있다. 유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현대적인 디자인과 쓰임을 더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비롯해 이순신 특별전과 연계한 와인 마개, 단청 문양을 활용한 키보드 등이 대표적이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2천여 개가 팔렸으며 누적 판매량은 6만 개를 넘어섰다.
뮷즈를 찾는 외국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구매액은 약 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의 두 배 증가했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굿즈를 통해 직접 소유하고 일상으로 가져가는 소비가 늘고 있는 셈이다.
K팝과의 결합은 굿즈의 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뮷즈와 협업해 선보인 상품은 지난 3월 사전 예약을 거쳐 이틀 만에 43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5일에는 데뷔 10주년을 맞은 블랙핑크가 뮷즈와 협업한 ‘블랙핑크 헤리티지 컬렉션’을 공개했다. 부채와 빗 등 7종의 상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일부 공간에서도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내 한식 푸드코트 ‘한식미관’ 매장 전경. ⓒ롯데GRS
◆ 커피 한 잔, 한식 한 끼까지
굿즈뿐 아니라 박물관에서 머무는 시간 자체가 길어지면서 식음료 소비도 커지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3~4월 초 국립중앙박물관에 5개 매장을 열었으며, 이들 점포의 최근 4개월간 일평균 매출은 매달 약 19%씩 증가했다. 전시 관람 중 잠시 쉬어가려는 방문객이 늘면서 커피 소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물관이라는 장소의 특성을 살린 메뉴가 소비를 끌어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매장에서는 ‘국중박 시그니처라떼’, ‘수라간배모과에이드’ 등 특화 음료를 선보이고 있으며 유자 마들렌, 흑임자 증편, 전통 다과 세트처럼 한국적인 재료와 전통 요소를 활용한 디저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박물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을 찾는 수요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롯데GRS가 지난 7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운영하기 시작한 한식 푸드코트 ‘한식미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점 이후 약 한 달간 매출이 당초 예상치의 180%를 초과했다. 박물관에서 경험하는 한국 문화가 전시와 굿즈에 머물지 않고 음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5 국중박 분장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고려청자를 재현한 분장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박물관이 K컬처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이러한 변화는 박물관이 과거의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공간에서 현재의 한국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물을 관람하고, 이를 재해석한 상품을 사고, 한국적인 음식을 맛보는 데 이어 K팝과 협업한 콘텐츠까지 즐기는 식이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뮷즈의 외국인 구매가 늘어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관람객이 직접 문화유산의 일부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3회째 진행하는 ‘국중박 분장놀이’에는 올해 275팀, 643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83팀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참가자들이 반가사유상과 백제 금동대향로 등 박물관 유물로 직접 분장하는 행사로, 유물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즐기는 참여형 콘텐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변화는 단순히 관람객이 늘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시를 보러 온 사람이 굿즈를 사고, 굿즈를 사러 온 사람이 커피와 한식을 즐기고, K팝을 좋아하는 사람이 새로운 문화 경험을 위해 박물관을 찾는다. 박물관이 ‘보고 나오는 곳’에서 먹고, 사고, 경험하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 소비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