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중동 지역의 전쟁 때문에 미국 내 디젤 가격이 급등해 농부들이 고초를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젤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부족이 심해지며 미국이 유일한 대규모 디젤 공급처가 됐다고 분석했다.
2026년 8월14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스톡턴시의 한 셰브론 주유소에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AFP통신=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디젤 가격이 급등해 미국 산업·농업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디젤 가격 상승은 미국 경제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산업용 공장 장비, 화물차, 농기계에 주로 쓰이는 디젤의 미국 내 평균 주유소 판매가격은 18일 갤런(약 3.78리터)당 5.47달러(약 7700원)까지 상승해 지난달 대비 8%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인 갤런당 5.82달러(약 8200원)에 근접한 수치로, 미국·이란 전쟁 이전에는 갤런당 3.76달러(약 5300원)였다.
디젤 가격 상승으로 특히 농가들이 심한 타격을 입었다.
전미흑인농민협회의 존 보이드 회장은 18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료 가격 급등에 이어 디젤 가격까지 상승해 많은 농부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농가 외에도 트럭 운전사, 미국 기업들에게도 디젤 가격 상승이 큰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디젤 사용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짊어진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석유회사인 걸프오일의 톰 클로자 수석 에너지 고문은 "디젤 가격 급등은 조용한 위기다"며 "경제의 중심부를 강타하는 타격이고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젤 가격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중동 지역 에너지 관련 시설이 파견되면서 급등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세계 최대 디젤 공급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의 정유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디젤 부족 현상은 더욱 악화됐다.
영국의 에너지 분석 기업 에너지애스펙트의 로버트 캠벨 제품 개발 책임자는 "중동과 러시아의 정유 시설이 대부분 가동 중단된 상태다"며 "중국 에너지 수출 감소까지 겹치면서 미국이 전 세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마지막 존재로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유 시설들은 실제로 이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최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재고 감소로 인해 이런 추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전쟁, 정비, 자연재해 등으로 추가적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디젤 가격이 더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전해졌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 자문 기관인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연구 전무이사는 "정유 시스템이 최대 가동률로 운영될 때에는 생산처 하나하나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어디서 어떤 이유로든 생산 차질이 생기면 공급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로자 고문은 "단 한 번의 허리케인만으로도 갤런당 디젤 가격이 6달러(약 8500원), 7달러(약 99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석유 공급 부족 사태를 완화하고 디젤 등 에너지 가격을 내리려 노력하고 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과 에너지 담당팀은 에너지 시장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