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서울의 한 생태공원에서는 이 매미의 어린 시절을 둘러싼 뜻밖의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 2일 밤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 인근 공원 산책로에서 매미가 우화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매미 유충을 채취하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일부 방문객이 식용 목적으로 매미 유충을 집단적·반복적으로 채집한다는 민원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매미는 천연기념물과 같은 법적 보호종은 아니다. 다만 샛강생태공원은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의 적용을 받는다. 생태공원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보전하고 시민이 자연을 관찰하고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 허가 없이 공원 안의 곤충을 채집하거나 포획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런데 시민의 휴식과 생태 보전을 위해 조성된 공원이 뜻밖의 식용 곤충 채집 장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7월15일 부산일보는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일부 외국인들이 식용을 목적으로 매미 유충을 대량 채집하는 모습이 목격돼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22일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도쿄의 여러 공원에서 일부 방문객들이 식용 목적으로 매미 유충을 대량 채집하는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매미 유충을 먹는 문화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매미 유충을 식재료로 이용해왔다.
미국에서도 매미를 식재료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특히 매미가 한꺼번에 땅 위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는 매미를 활용한 요리법이 소개되기도 한다. 매미의 맛과 식감은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에 빗대어 묘사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매미가 한꺼번에 땅 위로 쏟아져 나오는 현상을 '침공'이나 '대란'에 빗대곤 한다. 특히 2024년에는 13년 주기의 매미 무리와 17년 주기의 매미 무리가 동시에 출현해 큰 화제가 됐다. 2024년 2월21일 로이터통신 등은 두 무리가 같은 해에 나타난 것은 221년 만이었다고 보도했다.
곤충을 먹는 것이 별난 식문화만은 아니다. 곤충은 비교적 적은 자원으로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식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역시 식용 곤충을 식량과 영양 공급원 가운데 하나로 다뤄왔다. 매미 역시 특정 지역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개체가 출현한다는 특성 때문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원으로 여겨져 왔다.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 2일 밤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 인근 공원 산책로에서 매미가 우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매미 유충은 어디서 나타나는 걸까. 매미는 나무에 낳은 알에서 부화한 뒤 땅으로 떨어져 땅속으로 파고든다. 이후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으며 성장한다. 한국 매미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약 3~7년을 유충으로 땅속에서 보낸 뒤 지상으로 올라와 탈피하고 성충이 된다. 수년을 땅속에서 보낸 매미가 지상에서 누리는 시간은 고작 한 달 남짓이다.
유충을 발견하기 좋은 때도 있다. 해 질 무렵 땅 밖으로 나온 유충이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눈에 띄기 때문이다. 흙과 잔디 곳곳에는 유충이 빠져나온 구멍이 생기고, 갈색 유충들이 나무를 향해 꿈틀거리며 올라간다.
땅속의 작은 유충을 지키는 일은 매미 한 종의 생존을 넘어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매미 유충이 땅을 뚫고 나오면서 토양에 영향을 주고, 성충은 새와 포유류 등 다양한 동물의 먹이가 된다. 수명을 다한 매미는 사체가 분해되면서 영양분을 토양으로 돌려보낸다. 특히 수많은 매미가 한꺼번에 출현하는 지역에서는 짧은 기간에 막대한 양의 먹이와 영양분이 생태계에 공급된다.
누군가에게 매미는 여름의 소리를 전하는 곤충이고,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 땅속에서 기다린 끝에 만나는 식재료다. 한국인이 번데기를 먹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낯설 수 있듯, 매미 유충을 먹는 문화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식문화일 수 있다. 다만 문화가 다르다는 것과 공원에서 생물을 함부로 잡아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서울시가 막고 있는 것은 특정한 사람들의 식문화가 아니라 생태공원에서 '허가 없이' 생물을 대량으로 채집하는 행위다. 매미는 누군가에게는 먹거리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숲의 일부다. 한강의 매미 유충도 잡아가기보다 제때 껍질을 벗고, 올여름 마음껏 울 수 있도록 그대로 두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