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이변과 전쟁으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해운기업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해상 운임이 오르면서 전 세계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선박이 2026년 8월14일 파나마시티의 파나마 운하 갑문을 통과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현지시각) "기후변화와 전쟁으로 전 세계 주요 해상 관문을 통과하는 상품 운송 비용이 지난 한 달 동안 급등했다"며 "소비자 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이변으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해수면이 하강했고,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불가능해지면서 다른 주요 관문에 통행량이 쏠렸다. 이로 인해 운임비가 상승한 것이다.
운임 분석 기관인 아거스에 따르면 유럽과 남미에서 장기간 지속된 가뭄으로 인한 해수면 하강과 분쟁이 겹치면서 파나마 운하, 라인강, 홍해, 흑해 등 주요 해상 항로의 운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치는 유조선들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해당 선로를 통하면 후티 반군에 의해 공격당할 위협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이란 전쟁 전에는 배럴당 2~2.5달러(약 2800~3500원) 하던 중동 지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운임이 8월10일에는 배럴당 15.22달러(약 2만1500원)까지 올랐다.
아거스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는 2005년 운임 산정을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며 "흑해에서 지중해로 향하는 유조선 운임도 지난 12일 하루 평균 43만8천~44만 달러(약 6억2천만~6억2300만 원) 수준으로 2005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고 전했다.
선박들이 대기 시간 없이 운하를 지날 수 있는 파나마 운하 우선 통항 예약권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수위가 하강하고 교통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8월 파나마 운하의 기존 갑문 우선 통항 예약권은 평균 110만 달러(약 15억5700만 원), 초대형 선박용 갑문 우선 통항 예약권은 평균 250만 달러(약 35억4천만 원)에 달했다. 이 역시 아거스가 2005년 운임 산정을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컨테이너 화물 운임도 상승했다.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화물 평균 운임은 8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4% 상승해 약 1만250달러(약 1450만 원)를 기록했다.
아거스의 존 올렛 유럽 운임 담당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 제재 당시 충격을 능가하는, 해운 시장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급등한 운임비로 전 세계적 물가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벨기에 해운 회사 CMB테크의 알렉산더 사베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운임 급등은 전례 없는 일이다"며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깝지만 원자재 가격이 더 비싼 지역에서 필요한 재료를 조달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 해상 운임 분석 회사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분석가는 "상승한 운임 비용은 공급망 전체에 전가될 것이다"며 "특히 마진이 낮은 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이 상승분을 일부 부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즉 전 세계적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샌드 분석가는 이어서 "미국·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해상 통항의 혼란은 고질적·구조적 문제가 됐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