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한국카카오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첫 깃발을 올린 2016년 1월부터 11년째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윤 대표 5연임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 제고는 윤 대표의 '마지막 과제'로 평가받는다. 윤 대표가 상장 이후 5년 만에 그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자사주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규모는 현재 주가 기준 60억 원 안팎으로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상징성이다. 소각 발표 직전에는 카카오뱅크 임원 12명이 6월부터 8월12일까지 회사 주식 2만1100주, 4억6483만원어치를 장내에서 사들였다는 사실이 공시됐다. 그리고 공시된 소각 일정에 따르면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승인 예정일은 2027년 정기주주총회로, 윤 대표의 임기 만료와 겹친다.
자사주 소각과 임원들의 책임경영이 며칠 사이에 나란히 발표된 셈이다.
다만 마지막 과제를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카카오뱅크의 위치를 '금융주'에서 다시 '디지털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되돌려놓는 일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자사주의 절반인 약 27만 주를 소각한다. 카카오뱅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11년간 문제를 '각개격파'해온 윤호영, 마지막 남은 숙제는 주가
18일 카카오뱅크의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2025년 8월14일 2만6650원에서 2026년 8월14일 종가 기준 2만2200원으로 16.7% 하락했다.
지난 1년이 '밸류업'이라는 키워드가 본격화되며 시작된 역사적 코스피 상승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종합금융지주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주가는 11만3200원에서 16만8500원으로, 신한지주는 6만9100원에서 10만6700원으로 올랐다. 하나·우리금융은 물론 BNK금융, J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 주가도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윤 대표는 11년 동안 카카오뱅크의 출범과 성장을 이끌면서 회사가 마주한 문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왔다. 2017년 출범 이후 2년 만인 2019년 카카오뱅크는 137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순이익이 줄어든 해는 한 번도 없다. 2021년에는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상장을 마무리 지었다.
윤 대표는 인터넷은행의 구조적 한계로 지목돼 온 성장 정체에도 ‘글로벌’이라는 답을 마련해뒀다. 첫 해외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슈퍼뱅크는 지난해 말 현지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시가총액 1위 디지털은행으로 올라섰고, 태국 합작법인 뱅크X는 2027년 상반기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카카오뱅크의 모든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온 윤 대표가 끝내 풀지 못한 마지막 숙제가 바로 주가인 셈이다.
◆ '성장주'에서 '금융주'로 재분류됐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인가 플랫폼인가라는 질문에 갇힌 5년
문제는 주가가 빠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시장이 카카오뱅크를 분류하는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상장 당시 회사는 해외 핀테크 기업들을 비교군으로 삼아 몸값을 산정했다. 브라질 팍세그루디지털, 러시아 TCS, 스웨덴 노드넷 등 국내보다 훨씬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곳들이었고 희망 시가총액은 18조5천억 원에 달했다.
시장은 카카오뱅크의 상장 초기에는 ‘성장주’ 프레임을 받아들였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시가총액 약 33조 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금융주 1위 및 코스피 전체 시총 11위(우선주 제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상장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다시 KB금융지주에 역전당했고, 이후 주가는 계속 하락해 공모가의 절반 미만까지 하락했다. 현재 주가 역시 공모가의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PBR은 약 1.6배 수준으로, 종합금융지주들보다는 높지만 상장 당시 기준으로 삼았던 기업들(약 7~8배)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플랫폼과 금융사라는 ‘위치 설정’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윤호영의 선택은 결국 ‘플랫폼’과 ‘종합 금융’의 양방향, 결제·투자·AI로 사업 영역 확장
카카오뱅크가 최근 2년 동안 내놓은 사업들을 나열해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은행업 하나에 회사의 명운을 맡기지 않고, 플랫폼 수익과 비은행 수익을 적극적으로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올해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비이자수익은 5895억 원으로 전체 영업수익의 36%를 차지했다. 또한 2분기 광고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81% 늘어 플랫폼수익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9%에서 31%로 확대됐다. 2분기 대출 비교하기 서비스를 통한 제휴 금융사 대출 실행액은 1조5600억 원으로 12% 증가했고, 체크카드 결제 규모는 6조3천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자산관리 영역으로도 발을 넓혔다. 2분기 '투자탭'을 신설한 이후 MMF박스와 펀드 합산 판매 잔고는 1조8천억 원까지 늘었고, 은행권 개인 공모펀드 시장에서 4.2%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하반기 사업의 중점 역시 결제와 플랫폼에 집중돼 있다. 카카오뱅크는 8월 결제 내역과 혜택을 통합 관리하는 '결제홈'과 두 번째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선보이고, 9월에는 대출 비교 서비스를 자동차금융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는 'AI Native Bank'로의 전면 전환을 선언했다. 2700만 고객과 70조 원 규모의 수신 경쟁력을 바탕으로 '돈을 보내고 받는' 기능을 넘어 '쓰고 불리는' 투자와 결제 경험으로 고객 가치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보인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대화형 AI 서비스 누적 가입자는 528만 명으로 1년 새 15배 늘었다.
글로벌 전략도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주로 사용하는 ‘인수합병’ 방식이 아니라 '모델 수출'과 ‘지분투자’로, ‘플랫폼스럽게’ 설계돼 있다. 몽골 진출은 아예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델 '카카오뱅크 스코어'의 노하우를 현지 금융기관에 전수하는 방식과 현지 M뱅크 지분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방향이 플랫폼 한쪽으로만 나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던진 가장 큰 카드는 캐피탈사 인수다. 카카오뱅크는 6월 마스턴캐피탈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고 연내 금융위원회의 출자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2027년 오토금융을 시작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넓혀나가게 된다.
은행 안에서도 여신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조687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5.2% 늘었다. 상반기 전체 여신 순증액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이 차지한 비중은 48%에 이른다.
규제가 조여오는 가계대출 대신 소상공인과 기업금융에서 성장을 찾겠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대출 가운데 보증·담보대출 비중은 지난해 2분기 61.6%에서 69.1%까지 높아졌다.
결국 윤 대표가 짜놓은 그림은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를 택하는 대신, 결제와 투자로 플랫폼 수익을 늘리는 동시에 캐피탈과 기업금융으로 이자수익의 원천 자체를 바꾸는 쪽에 가깝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성장을 이어가면서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주주 환원 규모를 계속 늘려올 수 있었다"라며 "이번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