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가 사업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DISCOVERY EXPEDITION)’의 글로벌 상표권과 지식재산권(IP)을 인수했다.
그동안 F&F는 외부 브랜드를 빌려와 이를 활용한 품목을 상용화해 판매하는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성장해 왔다. IP를 소유한 ‘라이선서(브랜드 원소유자)’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F&F는 ‘라이선시(사용권자)’로서 브랜드 사업을 하는 구조다.
이번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IP 인수는 앞으로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는 ‘브랜드 오너’로서 관련된 모든 사업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김창수 대표이사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F&F는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MLB키즈 포함)’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김창수 회장은 디스커버리의 국내 브랜드 정체성을 재확립해 고객 접점과 판매를 늘리고, MLB에 견줘 해외 비중이 낮은 디스커버리의 글로벌 영역 확대를 적극적으로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단일 브랜드 의존도를 극복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자체 브랜드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결과물을 시장에 보여주고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수 F&F 대표이사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F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 상표권 및 IP 일체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양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계약일과 이사회 결의일은 8월13일이다.
양수 대상은 디스커버리 패션 상표권, 화장품 관련 상표권, 도메인, SNS 계정, 마케팅 저작물·저작권, 계약상 권리 및 영업권 일체, 상표 출원·등록·사용 권한 등이다.
F&F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인인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Discovery Communications, LLC)’에 인수대금 8천만 달러(약 1132억 원)를 지급한다. 거래종결일(13일)에 95%(76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5%는 추후 단계적으로 나눠 낸다.
앞서 F&F는 2024년 7월, 아시아 지역 11개 국가에 대한 영업권 및 자산 일체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독점 라이선스 사업권을 확보한 바 있다. 해당 국가는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었다. 이번에 글로벌 상표권과 IP를 인수하면서 한국과 아시아에 국한됐던 사업 영토 제한이 사라져, 전 세계 주요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쪽은 이번 거래로 △브랜드 소유권 확보를 통한 사업 운영 안정성 강화 △글로벌 사업 확장 기반 구축 △로열티 비용 부담 해소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라이선스 브랜드의 한계, 자체 IP 소유 노력
F&F는 MLB와 디스커버리라는 양대 브랜드로 성장해 온 회사다.
김창수 회장은 1992년 회사를 설립한 후 1997년 MLB를, 2012년 디스커버리를 각각 들여와 회사를 크게 키웠다.
MLB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여온 브랜드다. 모자에서 의류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로 떠올랐고, 특히 중국에서 대박을 치며 F&F가 매출 1조 원대, 시가총액 수조 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2025년 실적 기준으로 MLB는 F&F 매출액의 약 70%를 차지한다. 또 F&F 매출의 절반가량이 중국 법인(F&F 차이나)에서 나오는데, 중국 법인 매출의 대부분을 MLB가 만들어내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김창수 회장이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도입한 브랜드다. 국내에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자리잡으며 인기를 얻었다. 다만 현재는 아웃도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스커버리는 2025년 실적 기준으로 F&F 매출액 중 약 19%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2024년 23%에 견줘 4%p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성공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F&F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구조적인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회사 실적에서 자체 브랜드의 기여도가 라이선스 브랜드에 견줘 미미하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브랜드는 ‘로열티’ 부담과 원소유자의 ‘계약 종료’ 리스크를 항상 안고 가야 한다.
김창수 회장도 이 같은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IP 내재화’ 전략을 오랫동안 추진해 왔다. 잠재력 있는 해외 브랜드를 인수해 F&F의 IP로 만드는 방식이다. 현재 F&F가 전개하고 있는 듀베티카, 수프라, 세르지오 타키니는 모두 IP를 인수한 브랜드다.
다만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10% 내외로 여전히 크지 않다. 이익 기여도는 더욱 작다.
이번 디스커버리 IP 인수는 김창수 회장의 내재화 전략의 일환이자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한 ‘결정적 한방’이라고 볼 수 있다.
◆ 국내에선 정체성 재정립, 해외에선 사업 기반 확대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는 부동의 1위가 버티고 있다. ‘노스페이스’가 그 주인공인데, 디스커버리는 노스페이스에 이은 2위권의 브랜드로 평가된다. 다만 아웃도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점유율을 위협받고 있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젊은 고객층을 이끌 만한 매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매출액도 전년에 견줘 16% 감소했다.
다만 아직 노출이 많지 않았던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는 트렌디한 아웃도어로 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F&F는 MLB의 유통망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중국에서 매장을 늘리고 있다. 2025년 말까지 23개가 문을 열었고, 2026년 연말 4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김창수 회장은 국내에서 디스커버리의 여성 라인과 비의류 제품군(신발, 가방 등)을 확장하고, 액티브 웰니스, 고기능성 라이프스타일 의류로 브랜드 정체성을 쇄신해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외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글로벌 사업권을 획득해 전 세계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역별 소비자 특성과 시장 환경을 고려한 상품 및 마케팅 전략, 현지 사정에 맞는 리테일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