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 2026년 고독사 발생 현황을 발표한다. 기존 고독사 실태조사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변화하는 실태를 보다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통계 생산주기를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매년 실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사망한 경우를 뜻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이나 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는 경우를 의미한다. 결국 고독사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사망 순간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어진 사회적 관계의 단절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가장 최근 자료인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를 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모두 3924명에 이른다. 2023년 3661명보다 263명, 7.2% 늘어났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증가한 가운데 2024년은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894명(22.8%)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784명(20%), 부산 367명(9.4%)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81.7%로 여성 15.4%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별 미상도 2.9%(114명)에 이른다. 연령대를 보면 60대가 32.4%로 가장 많았으며, 50대 30.5%, 40대 13% 순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는 특히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졌으며,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모습이다.
고독사 문제는 사회적 고립과도 맞닿아 있다. 통계개발원의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보면 2025년 기준 사회적 고립도는 약 33%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7.7%보다 5.3%포인트 높았다. 팬데믹 정점기 2021년 34.1%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늘어나는 고립·은둔 청년과 고독사 중년, 경제 어려움이 주요 원인
앞서 말했듯이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2025년 기준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3만8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지는 과정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일자리 문제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청년층이 고립·은둔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로는 '취업 어려움'이 3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의 은둔 확률은 17.8%로, 취업 청년의 2.7%보다 6.6배 높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경험이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도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장년층의 고독사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3924명 가운데 사망 전 1년간 기초생활보장 수급 이력이 있었던 사람은 1462명으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다.
다만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의 원인을 경제적 어려움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가족관계의 변화와 건강 문제, 주거 환경, 심리적 어려움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제적 불안은 일자리와 주거, 일상생활은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제적 부담은 최근 물가와 생활비 상승, 급격한 고용시장 변화와 맞물리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물가·병원비에 AI발 일자리 감소까지, 발전이 부른 그림자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보다 3.1%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2.3%를 기록하면서 생활물가를 둘러싼 부담이 이어졌다.
2026년 소비생활 및 경제 상황 전망 조사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47.5%에 달했다. 2025년 54.6%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부담을 느끼는 지출 항목으로는 외식비가 46.2%로 가장 많았고, 병원비 30.7%, 대출 이자 30.6%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은 일자리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4년 동안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천 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천 개, 전체 감소분의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서비스업의 청년 고용은 31.4% 감소했고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줄었다. 다만 같은 업종에서 50대 고용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AI 확산이 세대별 고용시장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디자인 등 일부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전문 작업에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관련 업계의 고용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양상이다.
정부, 2027년까지 고독사 20%줄인다... 중장년·청년 맞춤 지원
이처럼 경제적 기반과 일자리를 둘러싼 불안이 커질수록 사회적 관계가 약해진 이들을 다시 연결할 안전망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정부 역시 고독사를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를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인적·물적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특히 조기 퇴직 등으로 경제적 기반이 약해진 중장년 위험군에게는 재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평생교육을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년층에 대해서는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과 청년도전 지원사업을 연계해 직무역량을 높이고 구직 의욕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독사가 발생한 이후의 지원도 강화한다.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고독사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를 확대하고, 시신 발견·수습 과정에서 유가족이나 주변인이 겪을 수 있는 정신적 외상을 완화하기 위한 심리안정화 프로그램도 개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