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해외 공략의 무게중심이 '잘 팔리는 시장'에서 '더 크게 성장할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K콘텐츠 기업들은 북미와 일본을 넘어 인도·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CJ ENM도 이들 지역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고 현지 제작과 리메이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협업을 병행하며 글로벌 콘텐츠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왼쪽부터)서장호 CJ ENM 플랫폼사업본부장, 실랑기 무커지 프라임 비디오 인도 SVOD 사업 총괄, 마니시 멘가니 프라임 비디오 인도 콘텐츠 라이선싱 총괄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CJ ENM
CJ ENM은 지난해 '글로벌 가속화 원년'을 선언한 이후 인도와 중동, 중남미를 신규 성장 시장으로 삼고 콘텐츠 유통과 제작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인도 시장이다. CJ ENM 홍콩 법인은 지난 7월 태국 합작법인 트루 CJ 크리에이션즈가 제작한 드라마 6편을 인도 광고 기반 무료 OTT 플랫폼 '아마존 MX 플레이어'에 공개했다. 영어 자막과 힌디어 더빙을 제공해 현지 시청 환경에 맞췄으며, 지난해 K콘텐츠 18편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리메이크 작품까지 선보이며 협업 범위를 넓혔다.
중동에서는 샤히드(Shahid)와 스타즈플레이(STARZPLAY) 등 지역 대표 OTT에 K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으며, 스타즈플레이에 공개한 드라마 '친애하는 X'는 UAE(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고 2위에 오르는 등 현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엔터테인먼트 기업 셀라(SELA)와 합작법인 'CJ ENM Middle East'를 설립하며 중동 첫 제작 거점도 마련했다.
중남미에서는 이마헨 텔레비시온(Imagen Televisión), 텔레비사 유니비시온(Televisa Univision), TV 아즈테카(TV Azteca) 등 멕시코 주요 방송사와 협업해 K드라마 전용 편성 시간을 신설했고, '여신강림'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멕시코 채널5 프라임타임에 편성됐다. 이후 재방영은 첫 방영보다 더 좋은 시청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의 행보는 K콘텐츠 해외 진출 방식과 공략 시장이 함께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완성 콘텐츠를 해외 플랫폼이나 방송사에 판매하는 것이 주된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현지 OTT와 방송사, 제작사와 협업해 리메이크를 제작하고 제작 거점까지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에서 함께 만들고 사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해외 전략이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5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에서 단순 번역을 넘어 현지 리메이크와 공동 제작, 현지 기업과의 협업 등 '로컬 우선'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제작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새로운 해외 진출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공략 대상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이미 시장이 큰 국가에서 성과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도와 중동, 중남미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을 새로운 해외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6년 1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도 글로벌 진출 거점이 미국과 일본 중심에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콘텐츠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했으며, 현지 법인 설립과 현지 언어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수익 기반을 넓히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