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업계가 '피자집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PC방 등 생활밀착형 유통 채널을 새로운 판매 거점으로 삼으며 배달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고 있다.
GS25 매장에서 직원이 즉석조리 피자 브랜드 '고피자'를 조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으로 고피자는 GS25와 GS더프레시, CGV, 골프장, 리조트, 기업·학교 급식에 이어 최근 전국 PC방 200여 곳에 즉석조리 피자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직영 매장 출점보다 제휴 채널을 통한 판매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랜드이츠의 피자몰도 숍인숍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23개 숍인숍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하반기 이마트 추가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였던 숍인숍 매출 비중은 올해 약 70%까지 높아졌다.
유통 채널 확대는 단순히 판매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수익 구조를 바꾸는 전략으로도 평가된다. 독립 점포 출점에 필요한 초기 투자와 운영비를 줄이면서 이미 고객이 모여 있는 생활권 채널을 활용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과 대형마트, PC방처럼 체류 시간이 긴 공간에서는 간편식이나 간식 수요를 흡수하며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배경에는 배달 중심 시장의 경쟁 심화가 있다.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확산으로 치킨과 햄버거, 동네 맛집까지 같은 플랫폼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피자만의 차별성이 희미해졌다. 여기에 고물가와 1인 가구 증가로 소량 구매 수요까지 늘면서 배달 중심 사업 모델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되는 구조가 됐다.
소비자들의 식사 방식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로 한 판을 주문해 나눠 먹거나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당근마켓 등에서는 '피자 1+1 반반 주문'을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게시 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편의점 즉석피자 시장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GS25의 '고피자' 협업 매장은 1천 개를 넘어섰고, 세븐일레븐 역시 즉석피자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시락과 컵라면을 팔던 편의점이 이제는 치킨과 피자까지 판매하는 생활형 외식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피자헛이 대형 매장 대신 소형 픽업(BOPIS) 매장을 확대하며 출점 전략을 바꾸고 있다. 편의점들도 셰프 협업 냉동피자와 즉석조리 피자를 강화하며 기존 피자 전문점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결국 피자업계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피자 브랜드만이 아니다. 편의점 즉석식과 마트 델리, 치킨과 버거, 지역 맛집까지 모두 한 끼 식사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업계도 '피자집을 늘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머무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