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모터와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반에서 필수 재료인 희토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이의 수출를 통제하면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 희토류 매장국인 브라질이 새로운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 브라질이 핵심광물 협력을 공식화함에 따라 한국 제조업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부부가 2026년 7월27일(현지시각) 브라질리아 외교부궁에서 열린 브라질 대통령 내외 주최 문화공연 및 환영 리셉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일 클라이메이트홈뉴스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희토류는 이제 단순한 자동차 부품소재를 넘어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원료로 자리매김했다.
브라질은 이 새로운 수요를 겨냥해 국내 가공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희토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전기차 구동모터에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80% 이상이 모터에 네오디뮴을 주축으로 한 희토류 영구자석을 쓰는데 전기차 1대 당 약 1.6kg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오디뮴은 강철 및 붕소와 결합해 일반 자석보다 약 10배 강한 자력을 내는데, 고온에서 자성이 약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디스프로슘이나 터븀 같은 다른 희토류를 소량 첨가한다.
이 네오디뮴계 영구자석 시장의 약 80~90%를 중국이 선점하고 있어 전기차 업게에서는 원료 조달자체가 사업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뿐 아니라 희토류는 AI 시대에 반도체 생산분야에서도 핵심요소로 꼽힌다. AI 반도체 칩 자체는 실리콘이 주재료이지만,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공정에 여러 희토류가 쓰인다.
희토륨의 일종인 이트륨은 반도체 칩 표면 코팅과 레이저 소재로 쓰여 냉각효율을 높인다. 또다른 가돌리늄은 고사양 작업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가속기 반도체의 발열을 억제하는데 쓰인다.
여기에 희토류의 일종인 갈륨과 게르마늄은 AI 가속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사이 연결에 쓰이는 반도체와 광통신 소재로 쓰이고, 네오디뮴은 데이터센터 냉각팬과 서버모터의 영구 자석소재로 활용된다.
이처럼 전기차 모터부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첨단 산업 전반이 소수의희토류 원소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6월8일 북한을 방문해 평양 목란관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중국은 이런 산업구조적 상황을 이용해 희토류를 통상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 대상을 2025년 10월 12종으로 확대한 상태다.
일본은 이런 수출통제에 따라 중국에서 수입하던 희토류가 올해 3월과 4월 각각 88%, 82% 급감했다. 이 여파로 중국 밖에서 조달하는 희토류 물량에는 4~6배 가량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이 초래됐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약 4400만 톤 추정)이 1위일 뿐만 아니라 정제와 가공역량에서도 세계 90% 이상, 영구 자석 생산에서는 약 95% 가까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의 수출통제에 맞서 프랑스와 협력해 희토류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것에서 공급망 위기의 실마리를 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자원공사(JOGMEC)는 프랑스가 추진하는 희토류 정제·재활용 공장 건립 프로젝트에 약 1억 유로(한화 약 1700억 원)를 투자해 2027년 이후 일본 내 중희토류 수요 일부를 프랑스와 함께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한편 미국 기업 MP머티리얼즈도 세계 희토류 매장량 4위인 호주(약 570만 톤 추정)의 기업들과 손잡고 탈중국 공급망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4월 희토류 보고서에서 "안정적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공급처 다면화, 전략적 비축, 재활용 및 대체 기술투자, 우호국 사이 협력을 결합한 종합적 전략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한국, 세계 희토류 매장량 2위 브라질 '파트너'로 낙점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의 위기는 전기차와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에게도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 세계 희토류 매장량 2위인 브라질을 눈여겨보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브라질은 중국에 이어 희토류가 2100만 톤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동안 거의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브라질 희토류는 단단한 화강암이나 암석결정구조안에 촘촘히 박혀 있는 하드록(경암) 형태가 아니라, 부드러운 점토질 입자 표면에 이온형태로 붙어 있는 이온흡착점토 형태를 띄어서 상대적으로 쉽게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7월 말 브라질을 국빈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삼회담을 갖고 핵심광물 공동성명을 처음으로 체결한 것도 이런 장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브라질은 핵심광물의 채굴부터 정제, 제련까지 아우르는 전공정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관건은 이런 협력의 방향을 얼마나 빨리 구체적인 투자와 생산 성과로 옮기는지에 달려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적했듯 세계 각국이 희토류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2035년까지도 중국 외 지역의 생산능력은 정제 수요의 25%, 자석 수요의 20% 미만을 충족할 전망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선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이 브라질과 체결한 공동성명이 구체적 투자계약과 생산일정으로 빠르게 이어지는지 여부가 이번 협력의 실효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