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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인공지능(AI) 투자 정책인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삼성, SK 등에 비해 부각되는 그룹은 아니었다.

메가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될 때 반도체 관련 투자에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LG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는 반도체를 제외한 영역에서 AI 인프라와 종합적으로 연계된 구조로, 정부 AI 정책과 관련해서 특정 분야의 수혜가 두드러지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LG그룹은 1999년 LG반도체를 넘긴 이후 그룹 내에 대규모 칩 제조 라인이 없다. 메가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거점 구축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에서도 그간 'LG는 AI 직접 수혜에서 멀다'는 인식이 우세했고, 올해 4월 말까지 주요 계열사 주가는 AI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

하지만 LG그룹 역시 최근의 'AI 태풍'을 그룹의 '퀀텀 점프' 기회로 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메가 프로젝트 이후 추가로 발표된 영남권 투자 계획에서 LG그룹의 투자 방향이 드러나면서, LG그룹 또한 이재명 정부의 AI 투자 정책을 사업적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그룹 반도체 빈자리 '피지컬 AI'로 채운다, 전자 계열사 영남권 집중 투자로 AX 속도전 뛰어든다
최근 영남권 투자 계획에서 LG그룹의 투자 방향이 드러나면서, LG그룹 또한 이재명 정부의 AI 투자 정책을 사업적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4월2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LG그룹

7월16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메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남권에 진행될 투자는 LG그룹이 추진해 온 AI 전환(AX) 전략을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7월3일 열린 정부의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2030년까지 영남권에 9조4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규모만 밝혀졌을 뿐, 계열사별 투자 배분과 집행 계획이 세부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LG그룹의 전자 계열사인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의 AI 관련 신사업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남권에서 창원과 구미는 LG전자와 핵심 계열사 생산 시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특히 창원에는 LG전자의 생산 공장 'LG스마트파크'가 있고 '냉난방공조(HVAC) 연구센터'도 건립되고 있다. 

HVAC는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LG전자가 가장 대표적으로 밀고 있는 신성장동력이다. LG전자는 창원에서 축적한 에어컨·컴프레서 등 공조 기술과 가전 제조 역량을 데이터센터용 칠러 등 B2B(기업간거래) 냉각 솔루션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빅테크 중심의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효율 냉각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HVAC 연구센터의 완공 시기를 2027년 상반기로 보고 있으며, 이후 HVAC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프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고부가가치 데이터센터용 HVAC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2027년부터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6년 하반기 AI 데이터센터용 칠러 수주가 구체화될 수 있다"며 "이르면 2027년 2분기부터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구미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와 LG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모델 양산에 그룹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4공장이 가동 중인 구미에서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등 광학솔루션 신모델 양산과 함께 AI 반도체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증설을 추진한다.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반도체 기판 매출 3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 투자를 통해 범용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주의 수주형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가속화한다.

이번 투자는 최근 시장에서 진행된 LG그룹 재평가와도 맞물려 있다. 

AI 투자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로봇, 센싱 등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피지컬 AI' 국면에 들어서면서, 5월 이후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 주가가 급등하는 등 LG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영남권 투자는 이런 재평가 서사를 뒷받침하는 물적 토대인 셈이다.

실제로 LG전자 주가는 5월29일, 6월1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보였고 6월2일에는 역대 최고가를 43만8천 원으로 새로 쓰기도 했다.

다만 기대가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검증 단계다. 데이터센터용 칠러는 북미 빅테크향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고, FC-BGA는 공급망 진입 기대가 실제 계약과 증설로 이어져야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3월 사장단 회의에서 "완벽보다 빠른 실행"을 강조하며 AX 속도전을 주문한 것도, 경쟁 그룹 대비 크지 않은 투자 규모를 실행 속도로 만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AI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LG의 미래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며 "영남권에서 AI와 피지컬 AI 시대를 뒷받침할 핵심 기술과 제조 역량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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