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수익성 개선 과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선박 시장 변화를 향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글로벌 오퍼레이션(해외 건조사업)’ 전략에 따라 초기 안정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성장세에 힘입은 LNG 운반선 및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와 함께 부각되고 있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통해 고수익 중심의 사업구조를 강화하는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중공업
7월1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중공업이 2분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7월 셋째 주 삼성중공업의 분석보고서를 펴낸 증권사 5곳의 삼성중공업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최소 3413억 원에서 최대 3753억 원, 평균 353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시장기대치(컨센서스)인 3900억 원을 9%가량 밑도는 수치다.
이는 글로벌 오퍼레이션(해외 건조사업)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초기비용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오퍼레이션은 삼성중공업이 설계와 주요 장비의 구매·조달을 수행하는 가운데 글로벌 조선소들과 협력해 주로 해외에서 원유운반선 등 범용 선박을 제작하고 국내 거제조선소에서는 고부가 선종 개발 및 건조에 집중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생산 안정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초기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 범용 선박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은 외형 성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15일 삼성중공업 분석보고서에서 “2분기는 2도크(선박 건조시설) 재가동과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통한 원유운반선 건조가 시작되며 매출 성장 폭이 확대됐다”며 “다만 해외 건조사업의 수익성이 국내와 비교해 낮아 전체 수익성 개선 속도가 둔화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최성안 부회장은 글로벌 선박 시장 발주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수익성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회장은 수익성을 중시하는 대표적 경영활동인 ‘선별 수주’를 진행하기 위한 기반은 마련해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2025년 아쉬움을 털고 2026년 우수한 수주 성과를 거둔 데다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7일 버뮤다 지역 선주와 원유운반선 2척, 2849억 원 규모의 건조계약을 체결하면서 2026년 누적 신규수주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에 연간 수주 1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연간 수주목표 139억 달러의 72%를 채웠다.
최 부회장은 2025년 삼성중공업이 수주목표인 98억 달러의 81%인 80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던 것을 만회할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2026년 6월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를 인도기준 355억 달러, 매출기준(앞으로 인식할 매출) 29조4천억 원어치 확보했다. 2026년 들어 가파른 수주 상승세에 힘입어 6개월 만에 인도기준으로는 69억 달러, 매출기준으로는 2조7천억 원이나 확대한 것이다.
최 부회장은 LNG 수요 확대와 맞물려 LNG운반선과 FLNG를 통해 수익성 개선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LNG 운반선은 다수의 노후 선박이 존재하는 데다 물동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해서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2030년경까지 선령(선박 건조 뒤 경과 연수) 20년 이상 노후 LNG 운반선은 모두 240척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또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가 3월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LNG 물동량은 2020년 3억6천만 톤에서 연평균 3100만 톤씩 증가해 2030년 6억7천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2025년 37척에 그쳤던 대형 LNG 운반선 발주량은 2026년 125척, 2027년 87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2026년 들어 상반기에만 모두 54척의 대형 LNG 운반선이 신규 발주됐다. 2025년 연간 발주량을 크게 웃돈 것이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 LNG를 안전하게 저장·운송하기 위한 설비인 화물창이 핵심 설비다. 그런데 이 화물창 기술력 측면에서 발주처의 요구를 만족할 만한 조선사가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를 포함해 소수에 그치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갖춘 일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6년 상선 부문 신규수주(32척) 가운데 가장 많은 14척을 LNG 운반선으로 확보했다. 수주잔고에도 인도기준 355억 달러 가운데 48%에 이르는 169억 달러가 LNG 운반선으로 채워져 있다.
FLNG는 삼성중공업이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발주된 11기 가운데 7기를 수주해 수주 경쟁력을 입증한 분야다.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액화 설비 기술력을 통해 우수한 수익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일감으로 분류된다.
FLNG 시장도 LNG 수요 증가와 더불어 소규모 가스전의 경제성 증대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자문기업 리스타드에너지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FLNG의 연간 생산능력은 2024년 1410만 톤에서 2030년 4200만 톤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부회장은 매년 1~2기의 FLNG를 신규수주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6년에는 미국 최초의 FLNG인 ‘델핀 1호기’와 아프리카 선주의 물량까지 2기를 이미 수주한 데 이어 미국과 캐나다에 투입될 설비의 추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AI 수요 증가와 함께 육상의 여러 제약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FDC 역시 삼성중공업이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신사업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50MW(메가와트급) FDC 모델의 기본설계를 마치고 미국 선급(ABS)과 영국 선급(LR)으로부터 개념설계 인증(AiP)을 확보했다. 선박의 안정성과 설계 기준을 심사하는 전문기관인 선급으로부터 FDC 기술이 문제가 없고 실제 건조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증받은 것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사 최초로 FDC 상업 서비스 시점을 2028년 2분기로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시점과 건조 기간을 고려하면 2026년 하반기 최초로 FDC 수주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16일 조선 산업 분석리포트에서 “삼성중공업이 실제 FDC를 수주하면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LNG 운반선, FLNG, FDC 등 우수한 수익성을 갖춘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며 “삼성중공업을 가장 저평가된 조선사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통해 시장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상선 부문은 수주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