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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장에 굴러가는 것은 축구공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 뒤편에서는 막대한 돈과 권력도 굴러가고 있다. 

20일 월요일 오전 4시(한국시각)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월드컵 정상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그러나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은 우승 트로피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vs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 무대 뒤편 : ‘피파 주식회사’ 인판티노 회장의 10년 장기집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8월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발표 행사에서 FIFA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팬보다 돈을, 경기보다 수익을 앞세운다는 비판 속에 국제축구연맹(FIFA)는 ‘피파 주식회사(FIFA Inc.)’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그 비판의 중심에는 2016년부터 FIFA를 이끄는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있다.

인판티노 회장의 등장은 제프 블래터 시대의 몰락과 맞닿아 있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7년간 FIFA를 이끈 블래터 전 회장은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의혹과 고위 임원들의 뇌물 스캔들 속에 퇴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 출신인 인판티노는 ‘개혁의 얼굴’로 2016년 FIFA 수장에 올랐다.

‘팬을 위한 축구’인가 ‘돈을 위한 월드컵’인가

‘아르헨티나 vs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 무대 뒤편 : ‘피파 주식회사’ 인판티노 회장의 10년 장기집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8월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개혁을 약속했던 인판티노 시대 역시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밀착 행보가 주목받은 가운데,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퇴장 징계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번복됐다. FIFA는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FIFA를 향한 팬들의 가장 큰 불만은 경기장 곳곳에서 드러나는 ‘축구의 상업화’다. 관중들에게는 안전을 이유로 개인 텀블러와 재사용 물병 반입을 제한하면서도 경기장 안에서는 공식 후원사 코카콜라의 생수가 판매됐다. 이에 팬의 편의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휴식 시간인 ‘쿨링 브레이크’는 오히려 광고 시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6년 월드컵 개막전인 6월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에서 미국 방송사 폭스(FOX)는 급수 휴식 시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바람에 경기 재개 후 약 10초간 실시간 장면을 놓쳤다. 

여기에 FIFA가 추진하는 대형 하프타임쇼도 논쟁의 대상이다. 전통적으로 15분이었던 축구 하프타임을 30분가량의 공연 중심 이벤트 무대로 확대하면서, 일각에서는 NFL(미국프로풋볼리그)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흥행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카피캣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아르헨티나 vs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 무대 뒤편 : ‘피파 주식회사’ 인판티노 회장의 10년 장기집권
2026 월드컵 8강 프랑스-모로코전을 앞둔 7월9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축구 팬들이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를 풍자하는 합성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천만 원에 달하는 티켓 가격까지 더해지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월드컵이 축구 축제인지 거대한 비즈니스 무대인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48개국 확대로 ‘흥행의 맛’을 본 인판티노 회장은 2030년 월드컵의 64개국 확대 구상까지 꺼내 들었다. 더 많은 국가에 꿈의 무대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과 함께 경기 수 증가에 따른 선수 부담과 월드컵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맞서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계권과 광고 수익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들만의 리그’인가, FIFA와 축구협회가 마주한 질문

인판티노 회장을 둘러싼 또 다른 논쟁은 장기 집권 가능성이다. 그는 2019년 첫 재선에 성공한 데 이어, 2023년 FIFA 회장 선거에서도 경쟁 후보 없이 단독 출마해 총회에서 박수 추대 방식으로 3연임을 확정했다.

논란의 핵심은 FIFA가 2016년 도입한 ‘회장 임기 최대 12년 제한’ 규정 해석이다. FIFA는 인판티노의 첫 임기인 2016~2019년이 블래터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 기간이라 제한 계산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판티노 회장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이어지는 차기 임기에 도전할 수 있다. 성공할 경우 2016년 취임 이후 최대 15년간 FIFA를 이끄는 셈이다. 블래터 시대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 또 다른 장기 집권 논란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FIFA는 2015년 부패 스캔들 이후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한 개혁에 나섰다. 집행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던 구조를 손질하고 FIFA 총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현재 회장 선거는 21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1국 1표’ 방식으로 치러진다. 형식적으로는 민주적인 구조지만, 현실에서는 FIFA 지원금과 국제 대회 영향력에 의존하는 회원국들의 표심이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vs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 무대 뒤편 : ‘피파 주식회사’ 인판티노 회장의 10년 장기집권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과 홍명보 감독,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6월29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내 대한축구협회 로고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먼 나라 축구계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FIFA의 권력 구조를 둘러싼 문제는 한국 축구 행정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013년 취임 이후 13년5개월간 한국 축구 행정의 중심에 있었지만, 대표팀 운영과 협회 행정을 둘러싼 비판과 개혁 요구 속에 이번달 6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축구협회 역시 팬보다 내부 인맥과 조직 논리가 앞선다는 지적, 밀실 행정과 선거 공정성 논란,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불신을 안고 있다. 이에 축구가 소수 권력자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도록, 폐쇄적인 구조를 바꾸고 투명성과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팬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축구공은 둥글지만, 그 공이 굴러가는 경기장은 어느새 돈과 권력의 논리에 기울어지고 있다. 그러나 축구를 존재하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힘은 경기장을 채우는 팬들이다. 팬이 없다면 축구는 결국 공 하나를 쫓는 ‘공놀이’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 vs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 무대 뒤편 : ‘피파 주식회사’ 인판티노 회장의 10년 장기집권
7월13일(현지시각) 2026 FIFA 월드컵 관련 경매가 열린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가 서명한 ‘월드컵 지구공’이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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