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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의 죽음으로 미국 의회의 '고령화' 문제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의원들의 인지 능력 감퇴 등으로 법안 투표에도 제대로 참석을 못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령화된 미국 의원들이 사회현안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며, 청년층에서는 정치성향과 상관 없이 고령화된 의회에 관해 좌절감과 분노가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고령화 현상은 의회에서 연공 서열로 위원회장을 맡게 하고, 승자독식형 투표제도를 유지하는 등 미국 정치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죽음으로 살펴본 미국 정계의 '고령화 문제'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이 2026년 7월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UPI통신=연합뉴스

19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에서 의회의 고령화 문제에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하원·상원의원 총 530명 중 4분의1에 가까운 131명(24.7%)이 70세 이상인 만큼 의원들의 죽음이나 인지 능력 감퇴로 국민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300명의 평균 나이는 56.3세이다.  

현재 미국 상하원 의원의 평균 나이는 미국 역사상 3번째로 높아 상원의원의 평균 나이는 64세, 하원의원의 평균 나이는 58세에 달한다.

버클리 대학교의 에릭 쉬클러 정치학 교수는 10일 워싱턴포스트에 "고령화로 인해 의원들이 죽거나 참석이 어려워지면 의회와 국민 사이 단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 고령으로 재직 중에 사망한 의원은 지난 11일 71살로 세상을 떠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의원들이 노화로 사망하거나 제대로 국정을 수행하기 어려웠던 사례는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수없이 많았다.  

84세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은 올해 6월14일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아 사망설이 돌았으나 이번달 12일 침묵을 깨고 입원한 사진을 공개했다. 

케이 그레인저 공화당 하원의원은 2024년 6개월 동안 의회에 나오지 않다가 한 노인 요양 시설에서 인지 건강 문제와 치매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2023년 9월 90세로 재직 중 사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러 의원과 보좌관들은 2022년 5월에 이미 뉴욕타임스에 그녀의 인지 능력 감퇴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망한 의원의 후임자를 어떻게 찾을지도 문제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하원 의원이 재직 중 사망하면 그 의원이 속했던 주의 주지사가 특별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주지사는 임시 후임자를 임명할 수 없다. 

한편 상원의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미국 수정헌법 제17조에 따르면 주 의회가 주지사의 임시 후임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주에서는 주지사의 임시 후임자 임명을 허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이 속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시각장애인 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던 그레이엄 의원의 여동생 달린 그레이엄 노돈을 후임자로 임명했다.

◆정치인 고령화에 청년층 반감 증가

상하원 의회의 고령화는 단순히 죽음이나 인지 능력 감퇴 등 의원들의 건강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층이 겪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차세대 민주당원을 지원하는 정치활동 위원회 머저리티 데모크래츠의 로한 파텔 사무총장은 7월12일 뉴욕타임스에 "만약 지난 50년 동안 아이 양육에 관해 걱정해본 적이 없고, 40년 동안 구직 활동을 해본 적이 없고, 30년 동안 집을 사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으면 오늘날 미국인들이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정치인들의 경우 특히 미국 청년층에게 문제가 되는 정치적·사회적 이슈와 동떨어진 판단을 내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머릿속에 가상의 일반인 가족인 '베일리 부부'를 상정하고 이들이 내리는 판단을 참고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가디언은 2025년 11월 "슈머 대표는 현존하는 유권자들과 대화해야지 상상 속 친구와 대화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하이틴 잡지인 틴보그 역시 "슈머 대표는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싶으면 실제 유권자들을 우선시하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청년층에서는 자신의 문제나 의견이 제대로 대표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정치 성향과 상관 없이 정치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와 초당파적 비영리단체 프로텍트데모크라시가 2025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은 미국 정치에서 가장 과소 대표된 집단이며, 선거제도가 '차악 사이의 선택'처럼 느껴져서 좌절감을 느끼고, 이로 인해 가장 정치 참여가 낮았다.

이들 단체는 보고서에서 "젊은 정치인의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 문제"라며 "나이든 정치인들은 젊은 정치인들과 정책 우선순위가 다른데, 젊은 정치인의 수가 적으면 디지털 기술과 기후 변화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변화에 민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청년 정치인의 부족과 청년 유권자의 좌절감은 악순환을 만든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들은 같은 보고서에서 "청년 유권자들은 민주적 원칙은 지지하지만 민주주의가 자신들의 목표와 필요를 충족하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 좌절감을 느낀다"며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극단적으로는 정치적 폭력을 용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인한 낮은 투표율 때문에 정치인들은 고령 유권자들의 정치적 요구에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로 청년층의 이득을 희생시키지만 고령 유권자들에게는 유리한 정책이 실행되는데, 이게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더욱 부추기고 좌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의 고령화를 막기 위한 '정치인 나이 제한'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미국 NPR뉴스와 공영방송 PBS가 마리스트대학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1322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4월20~2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 중 80%가 상원 또는 하원의원 후보의 최대 연령을 제한하는 것에 찬성했다. 정치 성향을 봤을 때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으며, 비슷하게 83%가 의원직 출마 횟수 제한에 찬성했다. 

일부 정치인들도 나이제한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고위 관료이자 2028년 대선 출마가 유력한 람 에마누엘 전 주일미국대사는 7월12일 뉴욕타임스에 "78세가 어떻게 인생의 전성기인가, 75세가 넘으면 의회에서 나가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마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서기장 시절 관료 조직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브레즈네프 서기장 당시 옛 소련 정치국 관료들은 점점 더 고령화돼 1970년대 후반이 되자 가장 가장 강력한 4명의 관료들의 평균 나이가 70세를 넘었다. 이후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1982년에 사망하자 두 명의 후계자가 뒤를 이었으나 모두 고령으로 재임 중 사망해 1985년까지 정부 기능이 마비됐다. 

미국의 경제 미디어 그룹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미 2022년에 "소련 공산당의 고령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지배 계층의 경직성, 젊은 세대와의 유리로 정치적 침체를 불러왔다"며 "이 결과로 미래의 지도자 양성이 어려워졌고, 고령 관료들은 현실을 몰라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개혁에 반대해 소련의 쇠락이 앞당겨졌으며, 미국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 고령화, 정치제도의 구조적 문제 

외신은 이 같은 고령화 현상의 원인이 미국 정치제도의 구조적 문제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각) "재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원의원들은 연공 서열을 통해 강력해진다"며 "위원회 위원장은 나이 순서로 배부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수록 강력한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쉬워지며 자신의 주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도 커진다"고 분석했다. 

나이가 오를수록 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지만, 노화로 인한 여러 문제가 생겼을 때 얻는 불이익은 없다. 미국 의원들은 직무 수행 능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건강 문제를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고, 표결 중 특정 비율 이상에 참석해야만 한다는 의무도 없다. 

의원 선거가 예전만큼 치열하지 않게 되고 현직 의원들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쉽게 선수를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언론매체인 복스는 7월13일 "지난 세기 동안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와 당파적 게리맨더링으로 의원 선거의 경쟁이 약화됐다"며 "결과적으로 많은 선거가 경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 경선에서는 나이가 많고 재직 중인 후보들이 훨씬 유리하다"고 보도했다. 

현직 의원들이 신인 후보보다 더 많은 유권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고 이미 후원망이 설립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변 현상도 있지만, 예비선거에서 패배하는 현직 의원은 극소수다. 

투표제도 자체의 문제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프로텍트데모크라시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단 한표라도 더 많은 득표를 한 후보나 정당이 해당 선거구 또는 지역에 걸린 모든 의석이나 권력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 투표제가 싱행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정당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정치인의 탄생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곧장 의회의 고령화에도 기여한다. 

젊은 정치인들은 경험이 부족하거나 인맥이 적고 재정적, 정치적 자본이 적은데 승자독식 제도에서는 선거에 패배하면 선거구를 다 넘겨주는 결과가 탄생한다. 당 입장에서는 젊은 정치인 대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다시 말해 자원과 경험 또는 폭넓은 지지를 가진 현직 의원을 후보를 내세우는 게 더 안전한 선택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않은 청년층의 정당 조직 기회는 사실상 차단됐고 청년층에게는 차악을 선택하거나 제3당에 투표해 표를 낭비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고 선거를 포기하는 선택밖에 없게 됐다. 

프로텍트데모크라시는 보고서에서 "비례대표제는 승자독식 투표제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정당이나 소규모 정당에 더 관대하고, 지리적으로 분산된 연령 기반 집단에 더 유리하다"며 "젊은 정치인이 선거에 패배해도 정당이 여전히 의석을 확보할 수 있기에 정당이 젊은 후보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며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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