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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소속 마리 르펜 의원이 유럽연합(EU) 자금 유용 사건 항소심에서 전자발찌형을 포함한 실형 일부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면서 202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출마의 법적 길을 다시 확보했다. 

르펜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전자발찌형이 상고심에서 확정된다면 '감시받는 후보'라는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국민연합의 30세 당대표 조르당 바르델라의 대선 출마설까지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진영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함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인다. 

'전자발찌형' 마리 르펜, 2027년 프랑스 대선 출마 공언 : '극우 후계자' 30살 바르델라 대표도 부상
프랑스 극우 유력 정치인 마리 르펜 국민연합(RN) 의원. ⓒ AP통신=연합뉴스

8일 프랑스 르몽드와 르파리지엥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가 르펜 의원의 법적 리스크와 이미지 피로도를 흡수하며 사실상 차세대 극우 대권주자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르펜의 ‘전자발찌형’

르펜 의원과 국민연합은 유럽연합(EU) 예산으로 받는 유럽의회 보좌관 급여를 프랑스 내 당조직 운영비와 당직자 급여로 전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프랑스 사법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수백만 유로가 실제 보좌 업무와 무관한 인건비로 빠져나갔다고 보고, 르펜 의원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이 가운데 2년은 전자감독 아래 자택구금 실형)과 벌금 10만 유로(한화 약 1억7천만 원), 5년간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했다. 이 형벌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르펜 의원은 202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7월7일 프랑스 항소법원은 형량을 징역 3년(집행유예 2년, 1년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자택구금 실형)으로 줄이고, 피선거권 박탈 기간도 45개월로 단축해 이 가운데 30개월을 집행유예로 돌리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르펜 의원은 전자발찌를 찬 채이긴 하지만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법적 길을 다시 확보하게 됐다. 프랑스 사법제도에서 전자발찌형은 과밀한 교도소를 완화하기 위해 널리 쓰이는 대체형이다. 

르펜 의원은 이에 따라 대선에 출마한다면 일정·이동을 법원이 정한 시간표에 맞춰야 하는 제약을 받게 된다. AP통신은 “르펜 의원이 설사 대권에 도전하더라도 선거운동 방식과 동선은 판사가 승인한 스케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르펜 의원은 이날 항소심 판결 직후 최상급 법원인 파기법원에 상고할 계획을 내놓으면서 2027년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르펜 의원은 프랑스 방송사 TF1과 나눈 인터뷰에서 "202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다"며 "이번 2심 판결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투표할 자유를 돌려주고 제게 피선거권을 돌려준 역사적 사건이다"고 말했다. 

BBC와 로이터의 보도를 종합하면, 르펜 의원은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EU 기금을 사익을 위해 썼다'는 도덕성 논란이 고착화되면서 중도·부동층 설득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의 급부상과 프랑스 정치지형

'전자발찌형' 마리 르펜, 2027년 프랑스 대선 출마 공언 : '극우 후계자' 30살 바르델라 대표도 부상
프랑스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의원과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 ⓒ AP통신=연합뉴스

이 틈을 파고드는 인물이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다. 국민연합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민족주의 정당으로 르펜 가문이 수십 년간 이끌어 왔다. 

바르델라 대표는 국민연합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30세 당대표로 TV 토론과 소셜미디어(SNS)를 무대로 '젊고 깔끔한 극우' 이미지를 만들며 급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타임스나우 등 외신들은 바르댈라 대표를 두고 “틱톡 200만 팔로워를 거느린 Z세대 친화적 극우 리더”로 소개하며, 기존 극우가 가진 나치 협력과 반유대주의 이미지 대신 치안·생활비·정체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5월 분석 기사에서 “프랑스 극우에는 두 명의 리더가 있지만 그들은 항상 한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며 르펜 의원과 바르델라 대표가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이민과 치안 분야에서는 강경한 공통 노선을 유지하지만, 경제와 유럽연합 문제에 대해서는 바르델라 대표가 에너지·식료품 가격 통제, 사회복지 유지 등 ‘사회적 보호를 강조하는 포퓰리즘’에 더 무게를 두는 등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이른바 '투 톱 체제'에서 힘의 축을 바르델라 대표 쪽으로 조금 더 옮겨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랑스 매체 르몽드는 이번 항소심 선고 전부터 “만약 르펜 의원의 법적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국민연합은 대통령 선거 캠페인 초반을 바르델라 대표 중심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국민연합에서 르펜 의원이 대선에 나서는 ‘플랜 A’와 바르델라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플랜 B’를 동시에 준비 중이라고 전하며, 르펜 의원의 리스크가 커질수록 바르델라 대표의 정치적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전체 정치지형을 보면, 극우진영은 꾸준한 부상하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와 유럽 외교 싱크탱크(ECFR) 분석을 종합하면 국민연합 후보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3분의 1 안팎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으며, 결선에서도 전통 좌·우파 후보를 상대로 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컨대 2027년 프랑스 대선에서 ‘전자발찌를 찬’ 르펜 의원이나, 30세의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바르델라 대표도 사법리스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유럽검찰청(EPPO)은 바르델라 대표가 유럽의회 기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예비조사 중이며, 국민연합은 2027년 대선을 위한 재정·대출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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