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방산업체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최대 60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방산원팀의 수주 도전의 불발이다. 정부와 기업이 '방산 원팀'을 구성해 총력 지원에 나섰지만,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간 안보 협력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5년 10월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앞줄 왼쪽에서 두 번쨰)에게 캐내다 현지에 설치하고자 하는 잠수함 유지보수(MRO) 시설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현지시각으로 6일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독일 TKMS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발표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를 방어하고 동맹국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라며 "전략적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함께 고려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60조 초대형 사업, 성능 아닌 '안보·산업효과'가 갈랐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가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12척을 새로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잠수함 건조 계약 규모만 20조 원이며, 여기에 30년 동안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더하면 전체 규모는 최대 60조 원에 달한다. 캐나다가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이번 수주전은 TKMS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꾸린 K방산원팀의 양강 구도로 펼쳐졌다. 캐나다 정부는 두 잠수함 모두 군의 요구 성능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성능보다 안보 협력과 산업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은 7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무역·투자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 현지 철강 투자 등을 제안했다. 반면 독일은 NATO 동맹과 TKMS의 풍부한 수출 실적을 앞세워 사업 기간 캐나다 GDP를 860억 캐나다달러 늘리고 65만 개 이상의 '잡 이어(Job-year)'를 창출하겠다고 제시했다.
한국 정부도 이번 수주를 K방산의 대표 수출 사례로 만들기 위해 적극 지원했다. 한화오션은 실제 잠수함을 캐나다에 보내 성능을 시연했고 정부와 정치권도 잇달아 현지를 찾아 수주전을 지원했다. 캐나다 현지에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자국 방산 조달 역사에서도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화오션 "NATO 동맹의 벽 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입장문에서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NATO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결과는 전적으로 한화오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기술력 입증, 또 다른 기회의 출발점"
정부도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우리 방산의 경쟁력을 확인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우리의 저력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보여줬다"며 "오늘의 경험이 우리 기술과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마지막까지 모든 역량을 쏟았던 사업인 만큼 아쉬움이 크다"며 "경제·산업 협력과 안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캐나다 정부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이어 "우리 잠수함의 성능과 협력 조건은 독일과 대등한 평가를 받았다"며 "기술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NATO 동맹의 현실을 확인한 만큼 이번 수주전이 또 다른 기회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가는 급락, 한화오션 20% 넘게 하락
시장도 수주 실패에 즉각 반응했다. 한화오션 주가는 7일 오전 9시11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22.05% 급락한 9만500원에 거래됐다. 한화시스템 주가도 17.18% 내린 6만6900원을 기록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캐나다 사업이 한화오션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수주 불발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발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로, 캐나다 정부는 앞으로 TKMS와 세부 조건을 협의한 뒤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방산업계에서는 계약 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